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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기 박윤주 그룹전] “月刊 은혜” 단발머리 소녀 은혜의 Grace한 性스러운 환타지

2015-08-31(Mon) ~ 2015-09-09(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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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연) 소개


  • 전시제목: “月刊 은혜” 단발머리 소녀 은혜의 Grace한 性스러운 환타지
  • 전시기간: 2015년 8월 31일 (월) – 9월 24일 (목)
  • 전시장소:아마도예술공간 (서울시용산구한남동 683-31)
  • 전시 기획:유진상, 더 잭 공동기획
  • 참여 작가: 더 잭 X 송송 X Yukinori Dehara X Diren Lee X Hideyuki Katsumata, 강무선, 김민경, 김민철, 기린, 델로스, 박윤주, 변대용, 조문기, 조성훈, 조윤진, 쾌남아 프로덕션, Rrrrrrrr (17명)
  • 오프닝: 2015년 8월 31일(월) 저녁 6시 (아마도예술공간 계단 위 지상층)

 

Amazing Grace

인물은 모든 이야기의 기본이다. 때로는 장소나 풍경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수도 있지만, 결국 그곳에는 어떤 인물이 나타나게 된다. 여기서 그 인물은 젊은 여성, 혹은 어린 소녀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의 대상은 그야말로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 인물은 주체와 대상 사이 어딘가에 부유하고 있는 존재, 말하자면 오형근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소녀들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것 같은 ‘대상’이다. 대상화된 대상. 이 인물을 다룬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서 그것을 소비하는 것인 그런 대상. 그것에 주체를 부여하는 일 자체가 그것을 소모해버리는 일이 되는 그런 대상. 그리고 그것에 여성성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상투성일 수밖에 없는 그런 대상. 그 대상에 ‘은혜’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치 무슨 기적이라도 바라듯이.

은혜는 단발머리다. 상투성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심연이라고 치자. 잭과 나는 이 여성을 만화가들에게 나누어주기로 했다. 이 점은 삐에르 위그와 필립 파레노의 ‘Annlee’ 프로젝트와 유사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안리’가 영점(zero degree)인데 반해 ‘은혜’는 5점(half degree)이라는 정도다. 안리가 우연히 던져진 주사위라면 은혜는 기억을 위한 화두다. 은혜라는 이름은 ‘grace’에서 왔다. 의미에는 아무 근거가 없다. 작가들이 채워야 할 공간이다. 이렇게 해서 마치 ‘색칠공부’처럼 작가들은 빈 공간에 어떤 인물을 채워나가게 된다. 어떤 작가는 빨간색을, 어떤 작가는 파란색을 칠할 것이다. 그녀의 주체는 채워지거나 교체되거나, 빠른 속도로 순환하는 분열증-기계가 된다. 어떤 순간에는 욕망의 주체가 되고, 다른 순간에는 그 대상이 된다. 수없이 많은 아가리로 이루어진 메두사의 머리카락들처럼 그것은 보는 이의 시선을 멀게 하지 않을까.

잭과 나는 만화가들과 몇몇 미술 작가들에게 이 여성을 그리도록 의뢰하기로 했다. 잭 자신은 다른 작가들과 협업하여 은혜를 그린다고 했다. 이미 이 전시는 2014년에 상암동 DMC 홍보관에서 ‘은혜’라는 제목으로 열린 적이 있다. 그러니까 이번 전시는 두 번째인 셈이다. 이 전시는 세 번, 네 번, 계속 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은혜’가 하나의 전통, 반복하는 전시, 시간을 두고 성장하는 캐릭터가 되는 걸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인물을 다루기로 했으므로 대상이 죽지 않는 한 그(녀)가 계속 살아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처럼.

‘만화’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 내가 만화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고, 둘째, 만화는 스토리를 그림과 글로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만화가들이란 항상 ‘과도한’ 존재들이라는 선입견 때문이고, 넷째는… 처음 ‘은혜’를 떠올렸을 때 고상한 인물보다는 격렬한 사건들의 전쟁터 같은 풍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아이디어가 잭을 만났을 때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만화라는 장르만이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 셈이다. 떠오른 또 다른 것들 가운데는 어휘들이 있다. 저속함, 야함, 단속적인 분절, 내적 폭주와 같은 다른 장르들에서는 쉽게 촉발되기 어려운 어휘들이다. 나는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우리를 데려가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여정은 예상치 못한 상념들, 난폭한 연상들, 잘 뽑히지 않는 터럭과 같은 미세한 강박 같은 것들에 의해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분열이자 다면체인 은혜. Grace is so amazing a mystery. (글. 유진상 전시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