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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작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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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기 박은하, 이창훈, 5기 김준, 파일럿 고창선 그룹전] 2015 생생화화 : 시간수집자

2014-11-30(Sun) ~ 2014-11-30(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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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연) 소개
전시기간 : 2015. 11. 26 – 2016. 1. 24
전시장소 :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
참여작가 : 고창선, 김준, 박은하, 이지영, 이창훈, 장영원, 전명은, 정희정

 

경기도미술관은 남기고 버릴 것 없이 소중한 시간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수집자> 전시를 개최합니다.

이 전시는 경기문화재단의 전문예술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경기도 지역의 유망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연례전으로, 3회째인 올해는 이창훈, 고창선, 박은하, 김준, 전명은, 정희정, 장영원, 이지영 작가가 참여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은 그 누구보다 섬세하게 시간의 결을 살핍니다. 인지하지 못하는 채로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처 이름을 얻지 못한 것들을 돌보고, 누군가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온 의미에 제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은, 그 누구보다도 예술가의 일일 것입니다. 때때로 시간은 여러 겹으로 쌓이거나, 꽤 커다란 공간을 차지하므로, 순간순간 무엇이 오고 갔는지, 어떤 색이 피고 졌는지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꼼꼼히 수집하는 예술가들이 없다면 어쩌면 그 시간은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시간수집자> 전시는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의 단층을 조심스럽게 드러내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다채롭고 미시적인 일상의 틈을 살피고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경기문화재단이 선정한 작가들이 선사하는 예술작품과 함께 무심코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날선 긴장을 함께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이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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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15, 행운의 동전던지기로 모은 동전들, 폴리카보네이트, 사진, 50×170×11㎝

 

“이창훈은 의도적 상징기호인 글씨를 지워버리고 다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점차 칠판을 지표들만 남은 공간으로 만들어간다. 이런 지표들은 매우 직접적이고 단순한 인과성에 기초하고 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상징이 가리키는 추상적인 의미보다 풍부하고 복합적인 정서를 불러온다. 그 기호들은 기호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신체와 좀더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에, 관념에 주로 의존하는 상징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_글. 안소현

 

 

고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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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그리고 귀 기울여, 2015, 혼합매체, 아두이노 보드, 적외선 센서, 15인치 스피커 유닛, 조명 조정기, 앰프

 

“이제 더 이상 어떤 세대도 다음 세대를 위한 집을 지을 수 없고 다음 세대를 위한 땅을 갈 수 없는 유래가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고창선이 점유해온 ‘정주하는 예술가로서의 삶’은 결코 불리하지 않은 전략이었다. ‹관심받고 싶어하는 푸른 달›이라는 작품에서처럼 현실 속 태양은 뜨고 지기를 반복하고 달은 있는 듯 없겠으나 전시장에서만이라도 달에 주목하고 해를 밟으며 ‘지금 여기의’ 삶에 정주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를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떠도는 난파선이 닿아야 하는 곳을 찾기 위해 그는 기꺼이 망원경을 만들어 세상을 둘러볼 것이다. 노를 만들어 우리에게 쥐어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원한다면 말이다.”

_글. 구정화

 

 

박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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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서클, 2015, 캔버스에 유채, 148×194㎝

 

“구체적인 형상을 추상적으로 만드는 ‘구상의 추상화’가 현재까지 작가의 주된 제작 방식이 되고 있다. 밧줄 더미, 고목의 등걸, 쌓아올려진 빈 화분, 쓰레기봉투, 하수구 터널 등이 보이는 숲 속 풍경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세밀한 대상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 광경이 전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전체적인 풍경에서 무엇이라고 결정지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해버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묵직한 감정이 전해져 온다. 실재하지 않는 풍경이지만 구체적으로 묘사된 이미지들 대부분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것들로 이제는 쓸모를 잃고 버려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모습이 상실감과 존재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_글. 신혜영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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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스트, 2015, 가변설치, 혼합매체(전자장치, 헤드폰, 나무, 아크릴)

 

“근대는 시각영역의 확대와 더불어 인류의 경험영역을 확장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축소된 세계’였다. 새로운 기계도구들을 통하여 전개되기 시작한 세계의 형상에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일단 그것은 ‘침묵의 세계’로 발견되었던 것이다. 천체(天體)들의 거대한 폭발과 곤충이나 세포의 미세한 소음이 인간의 귀에 도달하기 위해선,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하지만 기술은 실현된 기술의 너머를 욕망하게끔 우리를 부추긴다. 기술은 어떤 목표를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도정이면서, 과정마다 결핍을 노출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음향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작가에게는 표현에 대한 ‘다른 욕망’을 일깨웠다. 김준이 전개하고 있는 ‘사운드스케이프의 발견’은 이 문제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_글. 임태훈

 

 

전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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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우산 n.23, 2015,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0×90㎝

 

“전명은 작가는 시각체제를 포함하는 감각의 인지문제에 집중한다. ‘새와 우산’ 시리즈는 라디오나 영화 등에서 특정 사운드를 재현하는 효과맨(Foley Artist)이 사물과 교감하여 이미지화를 이루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발소리를 증폭하여 들려주는 사운드 터널과 효과음을 얻기 위한 폴리도구, 그리고 효과맨의 제스처는 각기 청각을 통한 이미지화, 시각을 통한 청각화를 경험하게 한다. 결국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간의 간극은 망막 위가 아니라 머릿속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광학적 미디어인 눈을 통한 시각의 권력화가 팽배한 이 시대에 전명은 작가의 작업은 시각적 감각을 넘어서는 청각 혹은 촉각과 같은 여타의 감각적 요소들을 통한 이미지화 작업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인지과정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_글. 채영

 

 

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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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플래시 속으로 갑자기, 흰, 2015, 디지털 프린트, 101×127㎝

 

“정희정은 사진으로 기록한 풍경사진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고, 실제의 현실 풍경과 그가 조작한 풍경을 교묘히 뒤섞어 버린다. 어느 때는 사진이 촉발시키는 모호한 풍경의 이면을 캔버스에 다시 옮기기도 한다. 그래서 그가 묘사하고 있는 현실 기반의 풍경은 상당히 불온하고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정희정의 “풍경”은 가장 부조리한 현실의 풍경과 비현실적 세계를 묘하게 교차시키고 있다. 그가 묘사한 풍경들은 더 이상 하나의 총체적인 공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깨진 거울에 반사된 풍경처럼 애초에 모순과 파열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_글. 안소연

 

 

장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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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락의 정원: 희미한 교차, 2015, 15분 30초, 3채널 영상

 

“‹테세락의 정원›에는 무명의 풀 한 포기조차 없다. 테세락(tesseract), 즉 4차원의 초 입방체라는 물리학의 개념에 정원이라는 낭만적 개념이 더해졌지만, 흔히 떠올릴 법한 안락함은 어디에도 없다. 이 정원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표지판들은 ‘나열된 좌표’, ‘불안한 규칙’, ‘흔들리는 장소’다. 설치와 영상 작업들로 구성된 이 시리즈의 부제(sub-title)들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불편한 여정의 어느 지점에 서있다. ‘관계’와 ‘기억’은 그에게 있어 지속적인 작업의 근간이지만 그 기억들이 그저 행복한 도반(道伴)만은 아닌 듯 하다. ‘지금 여기의 ‘나’에게 소환되어 오는 과거의 기억들은 과학적 시간을 넘어서 4차원을 넘나드는 모험 가득한 개방성을 갖지만, 그가 구현해낸 기억의 형상들은 이런 기대감을 단호하게 배신한다. 자폐적인 자가운동, 강요된 규칙 속의 무기력한 인간,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사이공간 등이 우리를 기다리는 정원의 풍경이다. 슬쩍 발을 들여놓건 그냥 지나치건 오롯이 우리의 선택이다.”

_글. 김소원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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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Fringe of the Jungle(정글 앞에서), 2014-2015, 3채널 영상

 

“이지영 작가의 작업은 매체와 표현 방식을 달리하며 현실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그 현실은 재난과 실패와 파국의 상황들이다. 흩어지고 사라지고 쉽게 지나치게 되는 사소하고 연약한 사물들은 재난의 풍경의 부스러기들이며 추락과 실패의 정서 그 자체를 드러내준다. 즉, 말을 통한 상황의 묘사가 아니라 그 사소함의 상태와 운동 방식 자체가 그리는 실패의 정서인 것이다. 사건을 전달하는 대신, 상태로서의 세계를 묘사하고 조각하는 것. 작가는 다큐멘터리적인 방법이나 픽션과 같은 재구성 대신에 말과 기대와 온기가 사라진 평면을 응시하는 다른 방식의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연약한 이미지들이 불안정한 스크린을 만나 정글을 이루고, 얌전하게 놓인 그림이 먼저 관객의 눈을 건드리는 의외의 순간이 조용하던 이미지들의 반전이다.”

_글. 김해주

 

* 자료 출처 : 경기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