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습, 김기라 그룹전] 제3지대
2016-01-14(Thu) ~ 2016-01-24(Sun)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초대일시 / 2016_0114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 김기라, 김태헌, 노동식, 배종헌, 윤상렬, 이중근, 이환권, 조습, 진기종, 함진, 홍경택
주최 / 가나인사아트센터_경기도미술관
후원 / 가나문화재단전시총감독 / 윤범모(가천대 교수)
기획위원 / 김준기(미술평론가), 서진석(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양원모(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준희(월간미술 편집장)
2016.01.14 ▶ 2016.01.24
관람시간 / 10:00pm~07:00pm
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B1~5층
02-736-1020 / www.insaartcenter.com
2016.02.19 ▶ 2016.04.03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경기도미술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초지동 667-1번지)
031-481-7000 / www.gmoma.ggcf.kr
제3지대 전시를 개최하면서...
_윤범모
현대미술의 다면성은 종점을 짐작할 수 없게 한다. 개성 추구는 작가의 생존가치와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는 하나의 거울로서 미술활동의 다양성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우리 미술계는 이른바 '주류(主流)'라고 불리는 세력이 있었다. 여기서 '주류'사회는 특정 학맥이나, 특정 화풍 등을 의미했다. 그래서 작가 개인보다 집단(성)을 강하게 나타내기도 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획일화 현상도 자초했다. 1990년대 이후 우리 미술계의 지형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다. 출신대학 중심의 화단 형성이 흔들리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종다양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바람은 이른바 일류대학 출신들의 독점 무대가 아니었다. 비엔날레 같은 국제무대의 대형전시나 미술시장은 작가의 출신학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작품성 위주로 발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3지대라는 (대안) 존재가 대두되었다. 본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확인하면서, 특히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하나의 '파격'을 제시하게 한다. 여기서 파격이라 함은 이른바 주류 미술계와 거리가 있는 '변경'에서 생성된 독특한 목소리의 모음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주류사회와 무관하면서, 어떻게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이룩했고, 또 이를 바탕으로 하여 국내외의 미술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었는지, 그 실체를 규명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정악(正樂)에 대한 저항의식은 스스로 잡가(雜歌)이기를 자처하면서, 한국미술의 고정관념에 대한 대안으로서 이의제기하게 한다. 더불어 이들 참여 작가는 내용과 형식의 다양성, 즉 주제의식과 표현형식의 다채로운 목소리라는 점을 주목하게 한다. 즉 자신만의 독자적 세계를 일군 청년세대의 한 표상을 이루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이들을 통하여 미술교육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고, 미술의 대안교육으로서 방향성도 점쳐 볼 수 있게 한다. 참여작가는 김기라, 김태헌, 노동식, 배종헌, 윤상렬, 이중근, 이환권, 조습, 진기종, 함진, 홍경택(가나다 순) 등이다. 이들의 개성적 예술세계는 한국미술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또 미술계의 새로운 담론 제공이라는 역할을 주목하게 할 것이다. 제3지대의 싱싱한 목소리는 우리 미술의 다양성을 확인하게 하는 현장이기를 희망한다.
참여 작가 및 작품 소개
김기라(1974-)는 자신이 발 딛고 사는 대한민국의 모순을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드러내는 작가다. 좌우의 이념끼리, 공익과 사익끼리 발생하는 첨예한 충돌이 대한민국 사회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김기라는 치밀하면서도 섬세한 태도로 문제에 접근한다. 「플로팅 빌리지(Floating Village)」는 김기라 방식의 보고서이다. '공동선'의 부활을 기대하면서, 관람자에게 자신과 주변의 모습을 돌아보고 고민하도록 제안한다.
김태헌(1965-)은 '작가'라는 사회적 지위가 요구하는 모양에서 벗어나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 만드는 원초적인 행위가 주는 즐거움에 집중한다. 김태헌이 그리고 만드는 무언가는 기존의 작가를 보는 눈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시원함과 명료함이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95년작 「공연윤리심의필」과 그동안 김태헌이 살면서 놀면서 보고 그린 작은 드로잉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품에서 사회를 이루는 구조 안으로 포섭되지 않은 자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노동식(1973-)은 솜, 광섬유 등을 이용하여 상상속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작가다. 가족과 보낸 시간의 추억, 어린 시절 비행기나 자동차 등을 보면서 펼치던 상상의 나래는 노동식의 주된 작업 소재이다. 부드러운 솜의 재질은 지난 시간을 피어오르게 하고, 철사를 이용해 공간을 자유롭게 안배하는 작가 특유의 구성은 상상했던 이미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번에는 어린 시절 민들레 씨를 날리며 했을 상상이 전시장에 펼쳐진다.
배종헌(1969-)은 여행자(flaneur)다. 여행의 대상은 모든 것이다. 길거리에 버려진 인형부터 어젯밤 하늘에서 본 별까지. 배종헌이 보고 만난 장면의 면면은 자신만의 체계화 함수를 지나 전시장에 흩뿌려진다. 때로는 사회학적인 함수로, 때로는 생물학적인 함수로, 때로는 농부의 함수로 변주한다. 관람자가 언제나 만나고 지나쳤던 별과 인형의 이야기는 배종헌의 함수를 거쳐 비로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윤상렬(1970-)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에 착안하여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0.3mm부터 0.8mm에 이르는 여러 종류의 샤프심을 평면에 나열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구현한다. 라이트박스를 활용하는 듯 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윤상렬의 작업은 옵아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작업 동기와 태도는 단색화의 정신성과 맞닿은 지점이 있다.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가 주안점이 아니라, 내적동기를 해소하기 위한 반복적 작업이란 점에서 그렇다.
이중근(1972-)이 사용하는 소재는 패턴(Pattern)이다. 일반적인 패턴과 이중근의 것이 다른 점은 이중근이 구체적인, 인지할 수 있는 사물의 디지털 사진을 그 재료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오래된 결혼사진, 아기의 모습은 단순히 무늬로서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이중근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전유된다. 이중근의 이미지는 공원이나 기차역의 의자와 같은 공공조각으로도 만들어져 삶의 공간 안에서 작은 여유를 가져다준다.
이환권(1974-)은 왜곡된 비율의 인물조각을 만든다. 그의 작업은 투시원근법의 세계를 무너트린다. "우리의 거리감, 공간감은 반드시 올바른 것인가?"라는 이환권의 물음은 원근법을 파괴하는 작업을 통해서 관람자가 서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뒤틀어 시공간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환권은 자신이 겪은 사건을 작업에 투영하여 시각적 효과에서 머무르지 않고 사회과 개인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
조습(1975-)에게 키워드가 있다면 '전복'이다. 좌우의 대립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현대사의 서사를 비틀고 뒤집는다. 최근의 작업은 한국전쟁과 제주 4.3 사건 등으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다룬다. 어두운 공간에서 플래시를 통해 담아낸 사진 속에는 희생자로 분장한 조습 자신이 등장한다. 여느 작품에서처럼 밝은 모습으로 분한 조습의 모습은 희생자가 느꼈을 감정과 강한 대비를 이루며 관람자에게 각인된다.
진기종(1981-)은 삶의 극적 순간을 축소모형인 디오라마(Diorama) 혹은 조각으로 빚어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자유의 전사」는 적과 마주친 두 병사의 이야기다. 카톨릭 신자와 이슬람 군인이 각자의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실제크기로 담았다. 진기종은 관객에게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종교 교리의 모순과 종교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의 근원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함진(1978-)은 점토로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다. 주로 검은 점토를 이용하여 초소형 미니어처를 만들고, 수많은 초소형 미니어처를 유기적으로 이어 붙여 시각적 스펙트럼을 창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검은 점토에서 탈피하여 색점토를 이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종종 해왔던 회화 작업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작품들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치즈처럼 늘어진 색점토들이 얽히고설킨 형상은 신표현주의의 입체판처럼 보인다.
홍경택(1968-)은 일상적인 사물을 평면에 옮기고 조합하여 의미를 생산하는 작가다.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사물이지만, 홍경택의 평면에서 여백 없이 강박적으로 등장하는 사물들은 사뭇 생경하다. 홍경택은 이번 전시에서 「Pens 3」를 선보인다. 이 작업은 2000년부터 10년에 걸쳐 완성한 8m 크기의 대작이다. 높은 채도로 수없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원색의 펜들은 마치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