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 입주작가 정지현 개인전] Oppo-site: opposed site
2014-05-30(Fri) ~ 2014-06-22(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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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_ 2014년 5월 30일(금) ~ 6월 22일(일) 11:00~18:00
장소_ 프로젝트 스페이스 The room
주최/주관_ 토탈미술관
작가_ 정지현
큐레이터_ 허대찬
코디네이터_ 정효섭
어드바이저_ 신보슬, 천경우
협력_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Curators’ Fab Lab
후원_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프로젝트 스페이스 The room
The room 은 토탈미술관의 큐레이터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스페이스로서 2008년 시작되었습니다. 2008-2009년에는 이여운, 서원석 기획자가 진행하였고 이후 약 3년간의 정비기간을 마치고, 2013년 새롭게 시작한 시즌2에서는 정현미, 이보성 기획자가 한국현대미술의 거장이신 김구림, 이승택 작가님의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2014년 시즌 3에서는 <젊은 사진>이라는 주제로 신진기획자와 신진사진작가 각 5명이 함께 5개의 전시를 꾸려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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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Season 3. <젊은 사진>의 두 번째 전시, 정지현 작가의 개인전 가 프로젝트 스페이스 The Room에서 5월 30일 금요일을 시작으로 5월 22일까지 3주간 진행된다. 작가 정지현과 큐레이터 허대찬의 조합으로 진행되는 전시 는 오늘날 삶의 터전이자 각자의 삶의 모습을 규정하기도 하는 집단주거환경으로서의 건축물을 탐구한다.
작가는 , 등의 사진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 건축물의 신축과 철거의 과정에 주목하고 그 과정에 대한 탐색을 진행해왔다. 이런 의미에서 작가의 작업은 어떠한 의미에서는 유형학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가 있는 장소를 관찰하며 찾아다닌다. 이렇게 찾은 장소를 수집하고 특정 키워드로 명명하여 묶어낸다. 새로 만들어지는 장소, 철거되는 장소, 의미가 의도적으로 고정되어 방치되는 장소 등으로. 여기에 그쳤다면 즉물적인 사진으로서의 유형학 사진으로 읽히고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늘날의 도시가 도시로서 만들어내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과정에 주목하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한 발짝 나아가 개입으로서의 노동을 감행한다. 작가는 무언가로의 과정중인 공간에 침투해 그곳에 빨간색 페인트를 칠한다. 빨강은 어떠한 과정이 진행되며외부로 드러나거나 내부로 감춰진다. 그 변화의 순간을 작가는 사진으로 기록하고 고정한다. 무언가 변화할 징조를 보이는 긴장의 실이 팽팽하게 담겨진, 어둠 속에 강렬하게 드러난 붉은 칠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우리 주위를 구성하고 있는 공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본 전시에서는 의미적으로 대척점에서 서로 마주하게 되는 신축-철거의 과정을 한 지점에서 충돌시킨다. 각각 의 신축중인 복합기능단지 제2롯데월드 내부 공간과 의 철거중인 고시원 내부 공간의 이미지를 각각 절단하고 그 반쪽의 두 공간을 이어붙였다. 이 상반되는 공간은 작가의 개입행위의 결과물인 붉은 페인트가 매개한다. 결합된 두 이미지는 동일한 스케일로 보일 수 있게 조절되었으며, 각각의 사진의 노출과 톤을 유사하게 조정한 결과 일견 하나의 연결된 공간처럼 보인다. 또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혹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방향을 돌릴 때 빈 공간에서 차츰 완성되어가는 공간으로, 혹은 완성된 공간이 철거되며 빈 공간으로 변하는 듯한 시간적 선형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공간은 각각 철거와 신축이라는 행위 자체, 그리고 각각 공간을 없애고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의미 자체가 대립된다. 이렇게 다른 시-공간, 다른 방향의 인과가 모여 충돌하는 환경으로서의 전시 공간은 공간을 가득 메운 사진이미지와 함께, 각각의 다른 사건을 조정하고 크롭하여 맥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진매체의 특성의 힘을 빌어 관람자에게 의미적인 충격을 선사한다. 이를 통해 이미 사라지거나 숨겨진 공간에 대한 환기를 유도한다. 콘크리트 조각이 되어 사라진 공간에 대해, 매끈한 외장재에 덮혀 사라진 공간에 대해, 그리고 그 공간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층위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전시에서는 작가가 지난 1년간 촬영한 도시 내의 여러 신축, 철거 현장에 대한 이미지들도 함께 소개된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진행중인 과정을 텐션이 걸려있는 사건(event)으로서 담아내고, 이를 우리의 눈 앞에 소환해 놓는다. 이런 강렬한 경험은 사진매체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이런 사건 사건을 프로젝트별로 한 데 모인 작품들을 감상하며 작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집단주거건축물의 각각의 시작을 향해, 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중에 잡아낸 이미지를 통해 우리의 삶의 공간에 대한 여러가지 숨겨진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해관계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가 받아들이는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다. 모두가 선형적이거나 일정한 밀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그 공간은 자신의 삶의 터전, 기억이 사라져가는 파괴의 현장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이 폐허를 뒤로 하고 자신이 살아갈 새로운 삶의 공간이 생기는 미래의 현장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에게 손해를 가져온, 누군가에는 자신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재산으로서의 부동산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가림막으로 가리워진 의미없는 풍경일 것이다. 각자가 각자의 삶의 맥락의 위치에 서서 전시에서 제시된 과정의 공간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신과 직결된 과정 아래 숨겨진 또 다른 맥락과 흐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