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광장
전시기간 : 2016-12-21 ~ 2017-02-04
전시작가 : 고영택, 김기라, 김동령, 김영글, 박경근, 신정균, 유비호, 임흥순, 전소정
2016 우민극장
우민아트센터에서 격년제로 진행되는 ‘우민극장’은 시각예술의 공공적 기여와 창의적 소통을 지향하는 복합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스크리닝(상영)을 기본으로 한다. 우민극장은 싱글 채널 비디오 작업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정치학의 프로파간다의 장을 차용한 2012년 <만국박람회>를 시작으로, 2014년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모색한 <의도적 긴장>에 이어 2016년 <사적인 광장>선보인다. 전시는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며 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 시대적 상황을 유추하는 가장 큰 단서가 된다는 것에 착안하여 가장 개인적이고도 사적인 문제가 우리의 보편적 사회문제와 연동됨을 암시한다. 이러한 사적 문제와 공적인 문제의 연관성 자각에 대한 전시의 전제는 개인의 ‘사적’영역 라는 모호하고도 안일한 금긋기가 사회적 문제가 강권하는 연대적 책임감을 회피하는 변명으로 작동해 왔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이는 각자도생에 급급한 우리들에게 사회적 문제를 현실의 문제로 가깝게 이해하는 단초로서 작동됨을 드러낸다.
기 간 : 2016년 12월 21일 수요일 - 2017년 2월 4일 토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일요일 휴관
장 소 : 우민아트센터 전관
기 획 : 조지현
후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퍼블릭 프로그램 1 : 라운드테이블
일시 : 2016년 12월 28일 수요일 오후 3시
패널 : 김기라, 신정균, 유비호, 조지현
참가신청 : 바로가기
퍼블릭 프로그램 2 : 기획자와의 대화
일시 : 2017년 1월 25일 수요일 오후 3시
2016 우민극장 <사적인 광장>
불거진 의혹에 대한 은유적 수사가 현실에서 직유로 환원되어 눈앞에 검은 실체를 드러낼 때, 일상의 균열은 감춰온 사회의 민낯을 현시하게 하고 언젠가부터 타인의 '개인적', '사적' 이라는 모호한 경계짓기로 애써 묵인해온 진실에 가까워진다. 이 한시적 가림막은 좁혀진 현실인식의 거리만큼 사건의 본질적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공동의 책임감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유효한 변명으로 작동해 왔다. 상대적 관점에서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공적/사적 영역이라는 이분법의 논리는 우리사회에 감도는 불온한 공기가 일상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한 음압격리 일지도.
우리는 단지 부정하고 싶었을 뿐 현사회가 ‘앓고 있는’ 고질적 병폐와 사회구조적 폭력의 원형을 알고 있다. 전시는 온전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얼핏 당연해 보일지도 모르는 사실을 전제하고 개인의 문제와 사회적 문제가 연동됨을 미시적 관점에서 거시적 관점으로 역이행하여 바라본다.
김동령의 <아메리칸 엘리>는 기지촌 여성들을 삶을 포착하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사회적 윤리에 대해 다시보기를 제안한다. 임흥순은 제주 4.3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할머니 개인의 이야기에 출발해 과거 한국사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시도한다. 전소정은 한국사회의 급변하는 근대화의 흐름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지켜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주목하고 잊혀져 가는 전통과 노동의 가치에 주목한다. 신정균은 개인과 사회가 맞닿는 지점에서 정치적 상징체계가 집단, 혹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미치는 구체적인 단서들을 발견하고 부유하는 불안의 흔적을 건져낸다. 김영글은 <가장의 근심>을 통해 IMF 시기 몰락한 중산층 남성의 심리를 묘사하는 단어들로 채워진 방을 재현하며 1990년대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어느 가장의 정서와 태도를 들여다본다. 김기라의 <이념의 무게>는 무의식에 잠재된 개인의 국가적 폭력의 상흔을 최면에 걸린 인물의 증언을 통해 소환한다. 유비호의 <이너뷰>는 거대산업사회의 재난으로 말미암아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의 과정을 되감는다. 고영택은 <산책>을 통해 길을 걷는 두 사람의 닿을 듯 닿지 않을 듯한 인물들의 손의 표정에 집중하고 평온함과 긴장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끝내 하나가 되지 못하는 한국 분단 현실을 은유한다. 박경근의 <청계천메들리>는 작가 자신과 아버지, 할아버지로 이어지는 가족사적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조국 근대화의 집단적 경험, 일제시대 식민지 수탈을 위한 산업화와 연결된 철에 얽힌 초역사적 의미에 대해 언급한다.
이처럼, 1990년대 IMF 경제위기를 겪어내었던 한 가장의 방을 들여다보고, 멀지 않은 과거에 일어난 재난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피해자의 목소리, 제주 4.3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할머니의 고백과 기지촌 여성의 고달픈 삶을 바라보며 한 개인의 삶에서 잊혀질 수 없는 고통과 상흔을 남긴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사건에 대해 추적한다.
전시는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개인의 삶에 남겨진 상처들에 섣부른 감정이입을 의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고통의 상상하는 기만성에 대해 경계하고 관찰자적 입장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드러낸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에 완전히 몰입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적 한계가 동시대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처에 무관심할 이유로 대체될 수 없다는 올바른 상황인식, 주위의 상황을 눈감고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현존재적 중력 행위마저 지옥으로 가는 잘 포장된 도로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 '나'라는 존재도 타자일 수 있는 언제까지나 예외일 수 없는 존재임에 대한 재고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