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가 : 김상진, 안경수, 안정주, 이은우, 장보윤, 정재호
우민아트센터(충청북도 청주시상당구 사북로 164) |
프로그램 : 4월 26일, 5월 31일 문화가 있는 날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전시연계 프로그램
2017 주제기획 <우연히도 다시, 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예측 가능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더 나아가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드는 현상은 그만큼 세상이 불안하고 변하기 쉬우며 변덕스러운 사회로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일상이 돼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예술의 실천적 역할을 모색하는 2017 주제기획 <우연히도, 다시 밤>을 선보인다.
<우연히도 다시, 밤>은 전시명인 ‘밤’이 은유하는 불확실성 시대의 시대적 ‘제약’을 ‘울리포’ 그룹의 실험을 차용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서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라는 시대적 ‘제약’을 ‘가능성’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울리포(OuLiPo, 잠재적 문학을 위한 연구회)는 프랑스어의 약자이다. 그들이 말하는 잠재문학이란 창작자들이 즐기며 사용하는 새로운 구조와 양식을 찾아내려는 모든 시도를 의미한다. 그들은 주어진 틀 혹은 공식에 따라 생산된 시에서 예상할 수 있는 미적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울리포 그룹에게 중요한 것은 ‘일정한 규칙을 세운 후 그에 따라 작품의 형식과 구조를 변형’하는 ‘제약’이라는 개념이었다.
전시는 ‘불확실성’이라는 동시대적 조건, 외부 기획자와의 협업이 가지고 올 수 있는 결과의 ‘불확실성’이라는 공통분모를 전시 키워드로 상정한다. 또한 1960년대의 파리 문학그룹인 ‘울리포’ 그룹의 개념을 가지고 오는 데, 이는 시대적 ‘제약’이 가진 기존 통념을 전복하고 불확실성, 혹은 불확정성을 실험해온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현실을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재 사유하고자 함이다.
김상진은 인류가 만들어낸 ‘인식체계의 확신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출발하며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탐구를 다양한 매체로 실험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공 음성프로그램을 이용한 로봇극 <화성영가>(2015)를 선보이며 표현과 경험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 언제나 기술과 환영의 경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지적한다.
안경수는 폐기물에 가까운 낡은 사물, 오래된 건물과 공사장 터를 가능성의 풍경으로 바라본다. 부분들로 배치된 화면은 무엇인가를 도드라지게 하는 배경으로서의 풍경이 아닌 그 존재 자체가 ‘전부’인 공백의 장면을 쫓으며 필연적으로 미완성을 지향하고 풍경의 전체적인 조망을 불완전한 시도로써 남겨둔다.
안정주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사회가 규정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립싱크 프로젝트 <smoking>, <fishing>, <crossing>(2007)에서는 실제 소리를 삭제한 뒤 영상 이미지위에 인위적인 언어적 소리를 덧입히며 언어의 기표와 기의에서 드러나는 언어의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이은우는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에서 사물이 가진 관념이나 의미를 해체 혹은 변용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작가는 어떤 사물의 관습적인 용법을 포착한 뒤, 다른 성질의 사물과 결합시킴으로서 다른 사물과 맺고 있는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존재적 미결정성을 은유한다.
장보윤은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획득한 타인의 사진을 매개로 타자와 자신의 공통 기억과 경험을 재구성하여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로 재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밤에 익숙해지며>는 어느 미국인으로부터 우연히 전해 받은 사진으로부터 만들어진 40개의 사진과 슬라이드 프로젝터 작업이다. 작가는 앨범 속에 등장하는 실존했던 개인의 삶을 주 체험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사진 속 인물의 존재와 부재의 중간, 현존의 불확정성에 기대어 새로운 서사를 재편한다.
정재호는 폐허의 장소들과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린 사물들을 캔버스 위에 재현한다. 현존하나 잊혀 진 장소,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물들. 이러한 과거 사물들을 화면으로 불러들이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현재’ 역시도 곧 잊혀질 ‘과거’의 흔적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망각으로 부터 잊혀 진 존재들을 환기시킨다.
한계를 부여하는 순간, 새로운 인식적 모험은 시작되고, 가능성은 확장된다. 전시 <우연히도 다시, 밤>은 6명의 작가들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불확실성이라는 내용적, 형식적 실험이란 이름의 제약을 통해 기존 통념들로 굳어진 사회를 낯설게 만들고 아득한 오늘날의 현실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게 하는 동력으로서 기능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