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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양정욱 그룹전] 도시 인상

2018-04-10(Tue) ~ 2018-09-02(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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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연) 소개

63 아트는 2018년 첫 기획전시로 제4회 뉴아티스트 프로젝트 전시 <도시 인상>전을 개최합니다. 뉴아티스트 프로젝트는 63아트가 국내의 전도 유망하고 역량 있는 작가를 지원하고자 마련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년 주제를 정해 2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2년에 한번 그 동안 선정된 작가 4명을 63아트 전시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뉴아티스트 프로젝트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하나의 화두로 제시했습니다. 올해의 주인공들은 도시주의에 관련한 다각도의 관점을 설치, 조각, 회화 등으로 작업해온 김지은, 자연스럽고 인간미 넘치는 도시풍광 속에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는 송지연, 움직이는 조각의 형태를 빌어 도시의 섬세하고 시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양정욱, 그리고 디지털과 일상의 시각 경험이 상호작용하는 현대의 도시 이미지에 주목하는 장석준입니다. 이 4명의 작가들은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서 작업의 영감을 포착하고 도시를 매개로 우리의 삶과 일상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김지은은 도시 공간이 형성될 때 그 기저에서 작동하는 사회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힘의 함의와 도시에서의 삶의 관계를 다각도의 관점으로 들여다 보는 작업을 합니다. 김지은은 서울을 시작으로 자신이 머물렀던 크고 작은 도시를 관찰 대상으로 삼아 그 도시들에서 진행되는 도시 계획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끊임없이 계속되는 개발 및 재개발 등의 문제점들을 예리한 시선으로 비평하는 작업에 집중해왔습니다. 그는 주로 건물이 세워지고 부셔질 때의 풍경에 주목하면서 거기에서 흔하게 사용되거나 소모되지만 크게 인지되지 않는 여러 소비재들의 취약성과 일시성, 또는 마감재가 벗겨진 민 낯의 건축 자재를 회화, 설치 작품 등으로 표현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설치 작품 <택지 개발자의 집>은 미국 교외 지역의 전형적인 주택 공사현장을 시트지와 각목 등으로 재현한 작품으로 질적으로나 미적으로 영구성을 바탕으로 지었던 과거의 주택 건축과는 상당히 다른 오늘날의 주택에 대한 관점을 시사합니다. 한편 하늘에서 조망한 도시풍경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평면작업들은 밀집된 거주지의 특징을 땅의 소유개념을 가리키는 지번과의 연결성에서 들여다보거나 서울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 기억으로 남아 있는 물리적 폐허와 심리적 폐허를 여전히 시시때때로 전쟁의 공포에 휩싸이는 서울의 잠재된 풍경으로 보여줍니다.


송지연은 도시의 풍광을 그립니다. 송지연이 그리는 도시는 대부분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의 모습이거나 작가가 머물렀던 외국의 도시들입니다. 작가가 그린 도시 풍광은 우선 아득한 실루엣으로 다가오는데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여러 차례 반복한 붓질과 바람에 흩뿌린 듯한 거친 물감의 마티에르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멀리서 바라봐야 전체 윤곽이 파악되는 도시 풍경은 경계가 불분명한 형태들과 사실적인 색에서 벗어난 모노톤의 색감들이 조합되어 작가가 의도한 하나의 풍경으로 비로소 드러납니다. 작가는 도시란 “삶의 의미를 찾게 하고 의지를 가지고 헤쳐 나가는 힘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위안을 얻기도 하는 그런 곳”이라 말합니다.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도시의 빠른 성장과 경쟁적인 삶 속에서 사람들은 항상 떠나온 시골을 어머님의 품처럼 동경해 왔습니다. 반면 도시는 차갑고 비정하게 묘사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송지은에겐 도시의 일상이야 말로 더 없이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입니다. 송지연의 작품이 인공적인 도시 풍광을 인간미 넘치는 장소로 다가오게 하는 것은 도시 속에서 우리 모두의 일상적이고 낯익은 삶의 풍경을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의 시선 때문입니다. 작가는 도시를 사유하며 바라봅니다.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두고 도시를 관조하면서 작가는 도시의 부정성을 극복하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으며 그 속에서의 삶을 성찰하고자 합니다.


양정욱의 작업은 거대하고 기계적이지만 섬세하고 시적입니다. 작가는 2008년부터 서로 다른 굵기나 길이의 나무 막대들을 실, 노끈, 철사 등으로 엮어 세심하게 조립하고 모터 등의 간단한 동력 장치를 달아 움직이는 입체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설치된 작품은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작품에 달린 전구에 불이 들어오거나 소리를 냅니다. 그의 키네틱 아트는 목재가 가진 특유의 오래된 감성과 반복적인 움직임에 의한 소리나 빛과 그림자의 효과로 인해 감각적으로 다가오며 작품에 서사성을 더해 준 작품 제목과 함께 이미지와 이야기가 결합된 하나의 무대 공간처럼 연출됩니다. 양정욱은 주변의 사람들과 일상을 관찰하고 그렇게 얻은 감정과 생각들을 연결해 만든 하나의 문장이나 작은 이야기로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야간 경비원, 주차 안내원, 아버지, 친구들과 같이 한 개인에 대한 관심은 작가의 감성을 통과하면서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이야기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어떤 프로그래밍된 첨단 기술이 아닌 나무와 실, 모터를 이용한 유기적인 구조물의 단순하고 아날로그적인 움직임 속에 투영되는 것입니다. 도시의 획일화된 시스템 속에서 노동을 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작가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서정성을 하나의 완결된 상징적 조형물로 보여줍니다.


장석준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새로운 디지털 풍경화로 그려냅니다. 작가는 도시에서 모은 이미지들을 평면 위에 펼쳐놓는데, 도시의 다양한 시각 요소들 중 그가 주목하는 대상은 건물의 흰 벽, 상가의 파란색 셔터, 또는 주홍빛 비닐 포장마차처럼 도시의 인공적인 요소들입니다. 작가는 우리의 눈에 이미 너무 익숙해져서 하나의 기호처럼 읽히는 색과 주변 사물들을 평평한 낱장의 이미지들로 채집, 촬영하고 다시 집합함으로써 우리의 도시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줍니다. 최근 들어 장석준은 움직이는 이미지에 더욱 집중합니다. 고정된 도시 사물들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하철처럼 도심을 가로지르는 역동성을 극대화한 작업에서부터 드론 같은 첨단 기계 장치를 이용해 도시를 하늘에서 조망한 영상 재생 프로그램을 제작합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지면의 이미지는 마치 컴퓨터의 줌인/줌 아웃의 이미지처럼 지면에서 가까워졌다가 수직으로 올라가 멀어지는 이미지들을 패턴화된 규칙이 있는 프레임 안에서 보여주는 영상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온라인으로 지도보기 서비스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디지털 시각 체계가 현실적인 풍경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도시 인상>전은 4명의 작가가 펼쳐 보이는 도시의 내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그 도시가 언뜻 드러내는 인상과 그것을 미학적으로 포착한 형상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도시는 각자의 삶이 펼쳐지는 현실적인 무대일 뿐만 아니라 그 삶이 진행되면서 함께 수반되는 다양하고 소중한 개인적 감정과 정서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도시의 풍광과 골목 골목에서 받은 시각적 인상들은 살아가면서 그 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에 대한 반응들과 함께 뒤섞여 개인의 가장 근원적인 기억 중 하나로 새겨지며 또한 개인의 역사를 서술하는 이야기의 중심테마를 형성하게 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을 자신의 심리적 정서로 흡수하는 매커니즘 때문에 우리는 공공의 장소인 도시를 매우 개인적인 기억 속에 개인화 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도시는 각자의 마음에 모두 다르게 기억됩니다. 도시의 세세한 디테일을 자신만의 기억 속에 담을 수록 도시는 시각적이고 촉각적이며 체취마저 갖고 있는 살아있는 유기체로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적이면서도 너무나 사적인 도시 공간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요?서울시가 아름답게 조망되는 한강변의 63빌딩 60층에 위치한 63아트에서 펼쳐질 <도시 인상>전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자 하는 여정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도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각자 개성 있는 작업으로 답한 4명의 작가들과 함께 도시의 진정성은 멋진 디자인의 스카이라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거기에 녹아있는 이야기에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출처 : 63스퀘어 (http://www.63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