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 이영주 개인전]샹그릴라
2018-07-31(Tue) ~ 2018-08-26(Sun)
대안공간 루프
이영주
전시 제목 《샹그릴라》는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서 가져왔다. 소설 속 샹그릴라 사람들은 혼돈과 죽음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하고 이상적인 파라다이스의 삶을 다룬다. 인류의 이상향으로 제시된 샹그릴라는 히말라야 어딘가 깊숙이 자리 잡은 완전하고 평화로운 신비의 장소, 가상의 낙원으로 제시된다.
이영주는 샹그릴라에 관한 서사를 제 몸의 서사로 재창조한다. 소설이 아시아라는 가상화된 대상에 관한 서사라면, 이영주의 애니메이션은 신비롭다고 여겨졌던 대상이 바라본 서사다. 《샹그릴라》에서 소개하는 모든 애니메이션에는 작가 자신이 등장한다. 복제된 그녀의 몸은 가족 구성원으로, 군부대 구성원으로, 컨베이어 벨트 위를 도는 스시로 재현된다. 그녀는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며, 춤을 춘다. 서양에 거주하는 아시아 여성 이민자라는 가상적 존재, 동서양의 문화 접촉 안에서 발생하는 오해들은 작가의 몸을 통해 가시화된다.
애니메이션에서 주된 배경을 이루는 것은 ‘꿈 속’이다. 이는 신화 속 서사 구조와 상징 언어에서 출발한다. 인물의 감정 표현 방식은 그리스 고대 연극에서 사용되는 가면과 후렴구의 방식을 차용했다. 이영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 인간의 내면적 상이다. 현실 세계에서도 타인이 갖는 정체성은 제 인식 안에서 형성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어느 집단이 함께 상상한 샹그릴라라는 상징 체계 안에 무시되었던 소수자의 시선을 드러낸다.
<수치스러운 파랑>은 작가의 꿈에 기반한 내용으로 동양인 여성이 파란 눈을 가진 딸을 낳게 되면서 겪게 되는 가족과의 갈등과 심리상태를 서사시로 만든 작업이다. <검은 눈>은 작가가 인도에 체류하는 동안 본 북한의 수소폭탄 뉴스, 미국이 비키니 섬에서 실행한 수소폭탄 실험(1946-1958), 그리고 인도에서 접한 신화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를 배경으로 현실과 공상의 세계를 그린 28미터 길이의 대형 두루마리 드로잉이다.
3채널 애니메이션 설치 작품 <제한된 낙원>은 2016년 여름, 한 달에 걸쳐 DMZ의 민간인통제선을 따라 여행하며 기록한 자료들과 한국호랑이에 대해 조사한 내용에 기반한다. 3채널의 오른쪽과 왼쪽 영상 화면들은 각각 국경을 마주한 남과 북을 상징하고, 가운데 화면은 미지의 공간,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두 군 부대가 처음으로 접촉하게 되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발생하는 분쟁, 반대 쪽에 대한 편견과 괴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시우먼의 노래>는 작가가 직접 작사, 작곡, 제작한 뮤직비디오다. 작가가 프랑크푸르트의 회전 스시 식당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아시아 여성을 서양 남성의 페티쉬로 보는 시선을 가시화한다. 스시 컨테이너벨트를 회전하는 작가의 몸은 유머러스하면서 괴기스러울 정도로 대상화된 성차별과 인종 차별의 사적 경험을 표현한다.
한국과 독일, 미국에서 성장한 이영주는 경험한 사회,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가족이 개인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문한다. 한 개인이 겪는 생물학적, 역사적, 사회적, 인종적 차이는 작업에서 꿈과 신화의 서사적 구조로 풀이된다.
글: 이선미,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출처: 대안공간 루프 홈페이지(http://www.gallerylo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