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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인천아트플랫폼 창제작 프로젝트 3. 백종관 《편지 쓰는 기술에 대하여》

2023-10-05(Thu) ~ 2023-10-22(Sun) 백종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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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2023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창ž제작 프로젝트


백종관 PAIK Jongkwan


편지 쓰는 기술에 대하여


On the Writing of Letters



2023. 10. 5. – 10. 22., - 11:00~18:00


*10/9(월, 한글날)의 경우, 정상 개관하고 다음날 10/10(화)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프로젝트 스페이스 2(G3)




인천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입주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창·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시각예술부문 세 번째 프로젝트로 입주 예술가 백종관 개인전 《편지 쓰는 기술에 대하여 (On the Writing of Letters)》을 개최한다.


 백종관은 일상의 사건을 비일상적인 시선으로 접근하여 이미지와 사운드를 채집하고, 그들이 각자 놓여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떠한 사회적 맥락을 전유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주로 수집한 푸티지(footage)를 활용하여 시청각 매체나 장치 자체에 대한 역사와 운명을 사유해 보는 작업, 그와 연관되는 미학적 혹은 정치적인 경계를 묻는 영상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지를 배치, 연결하고 정지시켜 다시 검토하는 작업의 과정은 편지를 쓰는 행위와 닮아있다. 전시 《편지 쓰는 기술에 대하여》에서 작가는 편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지체되고 지연되는 시간을 상상하고, 그 시간을 대체하는 이미지들을 언어로 삼아 편지 쓰기를 시도한다. 편지의 작성과 송-수신 과정 사이에 지연되는 시간을 모티프 삼아, 시간을 들여야만 보고 읽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사유를 영상과 사진 작업을 통해 선보인다. 


#작업노트

하나의 이미지 뒤에 어떤 이미지를 이어 붙일 것인가. ‘무빙-이미지’ 작업을 할 때 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여기서 이미지의 단위는 작품의 유형에 따라 신(scene)이 될 수도 있고, 숏(shot) 혹은 하나의 프레임이 될 수도 있다. 내러티브의 전달이 중요한 작품이라면 시나리오에 따라 신을 나누고 그에 따라 숏을 구성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지만 때로는 프레임을 최소 단위로 고려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프레임으로 기능하는 포토그램(photogram)들의 아카이브 속에서 그들을 선택하고 배치하는 과정은 늘 가상의 관객을 가정함으로써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관객은 타인을 대상으로 하나 오직 나 자신일 때도 있으며 심지어 비인간이 되기도 한다. 이미지를 ‘쓰고’ 발송하는 과정에 수신자로서의 관객은 그 이미지가 촉발하는 하나의 장(field) 안에서 확률을 달리하며 그러나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15세기와 16세기를 걸쳐 살았던, 고전 문헌 연구자이자 대표적인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Desiderius Erasmuns)는 『편지 쓰는 기술에 대하여(De Conscribendis Epistolis)』라는 책을 남겼다. 그가 살았던 시기의 편지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그 공개 여부에 따라 실제로 마치 문학잡지나 신문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편지쓰기는 고대에 그러했듯이 일종의 기술이었고, 역시 편지의 대가였던 에라스뮈스는 그의 저서 속, 74개 항목 안에 그 방법론을 풍부한 예시와 함께 빼곡하게 열거한다. 전시 《편지 쓰는 기술에 대하여》에서는 74개의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은, 그러나 이제는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지연의 (이미지) ‘쓰기’에 대해 사유하고자 한다. 여기서 ‘지연됨’은 이미지를 쓰고, 주고받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뿐 만 아니라 그 내용 속, 내부적인 요소들의 지연을 포함하는 것이다. 편지를 쓰고,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이 도착하기 전에 다시 그에게 편지를 쓰고, 첫 번째 편지와 다음 편지의 답장이 도착하기 전에 또다시 편지를 쓰는 일. 그렇게 지체되고 지연된 상황 속에서 이미지를 배치하고 연쇄시키고 다시 정지시켜 검토하며 이미지를 쓰는 일. 관객으로부터의 답장이 지연될 것임을,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먼저 가정하고 그럼에도 지금 이미지를 쓰는 일. 받아 적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정확한’ 이미지에 의문을 가지면서 단지 시간의 노동을 포착해 보는 작업을 수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