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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인천아트플랫폼 창제작 프로젝트 14. 현승의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2024-01-05(Fri) ~ 2024-01-21(Sun) 현승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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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2023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창·제작 프로젝트



현승의 HYUN Seungeui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Maybe this will be the last







2024. 1. 5. – 1. 21., - 11:00~18:00(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프로젝트 스페이스 2(G3)






인천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입주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IAP 14기시각예술부문 마지막 열네 번째 프로젝트로 입주 예술가 현승의의 개인전《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Maybe this will be the last》를 개최한다.


 현승의는 자신을 둘러싼 외부의 세상으로부터 여러 가지 불안을 감지하고, 그것을 내면화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작가는 다양한 현상이 발생되는 거대한 사회 시스템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사회현상의 면면을 수집하고 거기에 냉소적인 시각을 담아 작품으로 재구성하며, 사라져가는 것이나 파괴되는 것, 중요함에도 쉽게 망각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 속에 담아낸다. 


 작가는 올해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머물며 바다에 대한 담론을 탐구하여 작품으로 표현했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최근 이슈에 주목하여 이와 관련한 미묘한 사회적 분위기를 포착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불안과 안온의 경계에 걸쳐 있는 오늘날의 시대적 정신을 반영한다. 작가는 개인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범국가적 차원의 행태들과 무엇을 의심하고 무엇을 신뢰할 수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들에 대해 많은 이들과 함께 무력감을 느꼈다. 이 무력감은 "이러다 그냥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야?"라던가 "정말 몇 년 뒤에는 전부 망할지도 몰라~" 와 같은 농담 아닌 농담같은 말들로 치환되기도 했다. 전시 제목인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에는 이렇듯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어두운 미래에 대한 두려움, 당장 느껴지지 않는 비극에 대한 안일한 시선, 그리고 이로 인한 파국에 대한 어리숙한 상상이 내포되어 있다.


 작가는 인천의 갯벌, 어시장, 해변의 유원지나 부둣가, 박물관 등을 직접 돌아다니며 수집한 바다에 대한 이미지들과 뉴스나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meme) 등을 통해 접한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함께 배치해 무미건조하게 표현한다. 이는 작가의 시선에서 직간접적으로 인식한 바다의 현재 모습들이기도 하다. 관제실의 수많은 모니터를 바라보는 재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작가는 서서히 망해가는 세상의 관조자 중 한 명으로서 이를 바라보고 그저 그려낼 뿐이다. 명한 원인이나 결과가 표현되지 않았음에도  작품 속 이미지들이 암시하는 끝이 결코 찬란하지 않을 것임은 누구나 감지할 수 있다. 우리는 어쩌면 결말이 정해진 시나리오의 일부분을 지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현실을 예술로써 발언하는 작가의 철없는 태도는 세상을 버텨내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유효하다.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완벽하게 비관적이지도, 완벽하게 낙관적이지도 않다. 이토록 어중간한 작가의 태도에는 부정한 것을 헛웃음으로 적당히 털어내고 또 다른 미래의 가능성을 끄집어내고 싶어 하는 갈급한 마음이 담겨 있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라는 말은 결코 단언적일 수 없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마지막이 아닐지도 모르며, 마지막이 아닌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그저 무수한 가정들에 대한 현재의 사소한 이의 제기가 될 뿐이다. 작가는 이 가볍고 별것 아닌 푸념과 막막히 관조하는 태도가 전시장 안에서 공유되고 침잠되며, 관람객의 마음 한구석에 씁쓸하게 자리 잡길 바라본다.


 

우리는 영원히 이 세상의 밑바닥을 들여다보지 못한 채 겉돌다가 더디게 멸망하겠지요. 놀이동산의 환호성과 항구의 잡동사니들이, 박물관에 박제된 새들의 눈빛이 허파를 방글거리게 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웃기로 작정한 것처럼요. 한 점의 회를 먹습니다. 이로써 끝에 조금 더 가까워졌을지도 모르지요. 햇빛이 닿지 않는 바닷속의 시커먼 어둠을 생각하면 이 하얀 살점이 의아스럽기도 합니다. 그 살점을 품은 수많은 생과 맞잡은 손절멸을 생각하며 시간을 자꾸만 흘리고 슬프게 비웃습니다.

- 작업 노트 중



#작가소개

현승의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자연과 공존에 대한 탐구를 줄곧 이어왔다. 작가는 이상화된 풍경 너머에 작동하는 자본의 논리와 환경, 사회 문제를 밀도 있는 회화로 그려냄으로써 오늘날의 모습을 다층적인 이미지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현실과 낭만이 교차하거나 충돌하는 지점의 불안을 들춰낼 뿐 아니라, 그 간극 속의 다양한 현상을 묘사하여 포화 상태에 이른 현대의 공허함을 드러낸다. 개인전《평범한씨의 휴가 The ordinary 's Ordinary Vacation)(금호미술관, 서울, 2023), 검정은 침묵의 동의어다 (Black is a Synonym for Silence) (오온, 서울, 2022) 외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회화를 중심으로 영상과 설치를 아우르며 작업 활동을 지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