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8(Thu) ~ 2025-10-26(Sun)
화 - 일 11: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 1(B), 야외 공간
무료
032-760-1000
인천아트플랫폼 기획전시 《틸팅 그라운드 Tilting toward Ground》
전시일정 2025. 8. 28.(목) - 10. 26.(일)
전시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 1(B), 야외 공간
관람시간 화 – 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참여작가 강동주, 강하진, 곽이브, 김경태, 문이삭, 박기원, 백경호, 신현정, 이민지, 정현, 정희민
초대일시(오프닝) 2025.8.28.(목) 16:00, 전시장 1(B)
틸팅으로 세계와 만나기
우리는 어떤 순간에 몸을 기울이게 될까요? 작은 신호를 감지했을 때,익숙한 풍경에서 놓쳤던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혹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할 때, 우리는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낮추며, 몸의 무게중심을 조심스레 옮겨 새로운 균형을 찾아갑니다.
틸팅(tilting)은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다른 물체를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거나 젖히고, 음향을 미세하게 조율하며, 불편한 자세에서 편안함을 찾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기울임을 수행합니다. 변화를 감지하면 방향을 틀어 보기도 하고, 대화 중 상대의 표정을 읽기 위해 몸을 앞으로 기울이기도 합니다. 놓친 것이 있다는 직감이 들 때, 숨은 뉘앙스를 알아차리려 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꾸고 시선을 가다듬으며 다시 보고 듣습니다. 이러한 기울임의 순간들은 세계와 맺는 관계를 끊임없이 맞추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2025년 인천아트플랫폼 기획 전시 《틸팅 그라운드(Tilting towardGround)》는 이러한 ‘기울임’의 감각에 주목합니다. 효율과 속도의 시대, 우리의 시선은 위로, 앞으로, 멀리 향하지만 정작 놓치고 있는 것은 발 밑의 기반과 주변의 미세한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몸이 최초로 접촉하고 반응하는 접촉면이자, 모든 존재가 발 딛고 선 물리적 기반이며, 오랜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지층을 이 전시에서는 '그라운드(ground)'라고 일컫습니다. 또한 그라운드는 디지털 이미지와 그것을 둘러싼 물질적 전환, 존재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의 장으로서 경험과 기억이 축적된 층위이자 예술가의 작업이 시작되는 물리적 지지체를 뜻하기도 합니다. '틸팅'은 이러한 그라운드를 향해 몸을 능동적으로 기울이고, 균형을 다시 맞추며 세계와 새롭게 마주하려는 움직임입니다.
《틸팅 그라운드》는 그라운드를 물질적·존재적 기반으로 삼아 미세한 변화의 층위를 포착하는 11명의 동시대 작가들의 예술적 탐구를 조명합니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매체와 방법을 통해 그라운드를 향한 기울임을 실천합니다. 이들은 물질의 숨은 성질을 드러내고, 환경의 미묘한 변화에 반응하며, 장소의 조건과 맥락에 예민하게 응답합니다. 이들의 작업은 도시와 자연, 중심과 주변, 물질성과비물질성이 교차하는 지형 위에서 이루어지며, 우리가 쉽게 지나쳐온 물질의 작은 움직임, 시간의 흔적, 표면의 질감, 빛과 기억의 시차를 예리하게 감각하고 표현합니다.
강동주는 도시의 밤 지표면을 손끝으로 더듬거나 빗물이 남긴 얼룩을 따라가며 주변 환경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담아냅니다. 문이삭은 산과 강에서 채집한 흙이 지닌 예측 불가능한 물성을 조형의 중심에 놓고 물질과의 감응적 대화를 지속하며, 정현은 강원도 고성에서 불에 탄 나무와 바닷가에서 수집한 돌에 새겨진 깊은 시간과 에너지를 읽어냅니다. 이민지는 사진 매체로 빛의 물질성과 시차를 탐구하며, 인천과 소청도, 센다이와 히로시마 등 경계의 장소에서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강하진은 ‘자연율’이라는 개념 아래 넓적한 붓으로 무수히 점을 찍고 지우는 수행을 통해 화면에 미세한 시간의 층위를 쌓아 올리고, 백경호는 그물처럼 교차하는 선들과 반복적 덧칠로 일상의 감정과 기억을 건져 올려 캔버스에 촉각적 긴장과 깊이를 형성합니다. 박기원은 빛과 공기의 흐름, 걸음에 반응하는 원형 금속의 소리를 통해 공간에 잠재된 보이지 않는 감각을 일깨우고, 신현정은 천과 염료가 만들어낸 표면의 흔적과 흐름을 통해 물질이 스스로 변화하고 생성되는 과정을 받아들이며 회화적 실험을 이어갑니다.
김경태가 포커스 스태킹 기법으로 사물의 표면을 극도로 선명하게 확대하여 익숙한 대상의 낯선 표면을 드러낸다면, 정희민은 젤 미디엄, UV 프린트, 화산석 등 이질적 재료들을 사용하여 인공 조명에 이끌리는 연약한 생명체인 도시 주변부의 나방의 존재를 물질화 하면서 실재와 잔상,디지털과 물질 사이의 불안정한 경계를 탐구합니다. 곽이브는 대기권을 100개 층위로 나누고 고도에 따라 희박해지는 대기의 농도를 색의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한 〈하늘의 구조〉(2016)를 엘리베이터 타워와 전시장 통로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치하여 관람객이 평소 인지하지 못한 하늘의 층위적 구조를 경험하게 합니다.
《틸팅 그라운드》는 미세하고 쉽게 간과되는 움직임과 신호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기울임은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고, 보이지 않던 리듬과 흔적을 발견하며, 천천히 반응하기를요구합니다. 흙의 입자, 빛의 변화, 공기의밀도, 시간의 흔적과 같은 구체적인 것들이 우리의 일상을 구성합니다. 참여 작가들은 바로 이 미묘한 틈새에서 각자의 조형 언어를 길어 올립니다.
관람객 여러분도 평소보다 주의 깊게 전시장에 머물며 세계의 약한 신호에 다시금 귀 기울이기 바랍니다. 땅을 향해 몸을 기울이는 일은 무심히 지나쳤던 존재들을 만나는 일입니다.
전시는 습관적 바라보기를 멈추고 물질적 기반이 품은 변화를 감각하기를 제안합니다. 틸팅은 인간과 비인간, 생물과 무생물,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을 아우르는 우리 주변의 다른 존재들이 보내는 신호에 응답하는 태도이자, 세계의 변화와 리듬에 몸을 기울여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방식입니다. 표면 아래 숨은 질감, 빛과 그림자의 떨림, 물질이 품은 시간, 공간의 보이지 않는 리듬들을 감지하는 순간, 우리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와 마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