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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큐레이터 양성 및 지원프로그램 <이제 막 큐레이터>

2020-06-27(Sat) ~ 2020-06-27(Sat) 이제 막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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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소개


임종은의 연전연패(連戰連敗) - 이길 때까지 싸운다. 설령 그것이 패를 거듭할지라도


유지현(고경, 2020.06.27)


인천아트플랫폼 <이제 막 큐레이터> 프로그램의 두 번째 렉쳐는 임종은 독립큐레이터의 <여행과 기획>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임종은은 독립큐레이터로 하나의 지역이자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관념인 아시아에 관심을 두고, 그 지역성과 관계망, 그리고 그 안에서의 한국미술을 살펴보고 있다. 임종은 큐레이터는 자신을 노마딕 큐레이터라고 칭하며 전시를 만들어온 과정과 그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대표사례로 2007년의 《뻥화론》이 있다. 《뻥화론》은 2007년 쌈지 스페이스 국제 큐레이터 레지던시 결과전으로 열렸고, 김을, 김학량, 노순택, 목진요, 임택, 박준범, 한계륜 작가가 참여하였다. 임종은 큐레이터는 현대미술에서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의 의미를 살펴보며 『뻥화론』이라는 화론서를 발간하였다. 『뻥화론』은 종팔거사가 서구열강과 중국 일본의 힘겨루기가 한참이었던 18세기 당시 해외문물의 유입과 예술가들의 관계를 바라보며 쓴 책이다. 임종은 큐레이터는 이 전시를 통해 전통을 전유하며 화석화된 전통에 대해 고민하였다.


여행의 과정을 전시로 만들어낸 일례로 2012년의 《표류기》가 있다. 이 전시는 2011년 12월 3일부터 약 10일간의 중국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Nomadic Artist Residency Program in China)의 결과보고 일환으로 열렸다. 기획에 임종은 큐레이터, 협력기획에 쑨리, 김월식, 리경, 문형민, 장지아, 한계륜, 룰레이, 쑨쉰, 유지, 탕마오홍, 탕거 작가로 구성되었다. 작품은 작가의 고유한 작업 철학과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젝트의 결과를 담아 중국에서 경험한 현장과 맥락을 전시장에서 재구성했다. 《표류기》에서는 이동과 거주의 문제가 생존과 표류로 은유 되며 여행의 시발점에서부터의 여정과 귀환을 표현했다. 전시장은 중국 원난의 전통가옥, 골목이나 고산지대를 상징하는 벽들(120~180cm)과 좁은 통로로 구성되었다. 내부는 단 하나의 동선으로 구성되며 관람객은 이를 벗어날 수 없다. 관람객은 전시장을 나가면서 실제로 ‘표류’ 동안 여행용 가방을 끌었던 소리를 들으며 나가게 된다.


2019년의 《궁극의 거래 : Ultimate Deal》 또한 아시아에 대한 임종은 큐레이터의 관심이 반영된 전시이다. 《궁극의 거래 : Ultimate Deal》는 문화비축기지에서 임종은 총괄큐레이터와 김정현 협력큐레이터가 기획하였고 김월식, 이동욱, 안데스, 리용정, 탕마오홍, 시타미치 모토유키, 티타 살리나 & 이루와 아멧 작가가 참여하였다. 시타미치 모토유키 작가의 Floating Monuments 중 <Okinawan Glass_Recipe1,2>와 <Okinawan Glass>는 일본 오키나와 해안에 들어온 유리병을 수집해 근·현대 역사의 흔적인 류큐(Ryukyu) 유리공예 장인들과 협업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리용정 작가의 <Salt wall>은 중국으로 수입된 히말라야산 소금을 이용해 벽을 만든 작품이다. 임종은 큐레이터는 중국에서 까다로운 통관 절차를 통과한 소금이 한국에서는 예술작품으로서 전환되어 전시 후 다시 반출되는 과정, 전시장 안에서는 예술작품이지만, 관객에게는 소금으로서 나눠주게 되는 과정 등 이러한 장소와 지역에 따른 소금의 끊임없은 정체성의 변화는 그 과정 자체가 궁극적 거래(Ultimate Deal)라고 언급했다.


임종은 큐레이터는 여행이 큐레이터 업무에 필요한 일부분으로 증가했다고 말하며 1999년 랄프 루고프(Ralph Rugoff)가 ‘비행기를 타고 떠도는 자’라 정의한 노마딕 큐레이터는 글로벌 문화 산업에 중요한 에이전트로 출현했음을 지적했다. 전시란 복합적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에 연결되며 큐레이터는 국제 동향을 따라잡기 위해 계속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은 예술의 생산과 순환 그리고 주요 경험을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마딕 큐레이터는 노마딕 관객을 만들었다. 아트페어와 상업 갤러리, 국제 비엔날레와 다국적 미술관의 증가는 글로벌화된 수용과 점점 더 이동하는 관객을 생산하였다.


이번 렉쳐에서 ‘노마딕 큐레이터’로서의 큐레이팅 방법론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발발함에 따라 이러한 노마딕 큐레이터와 노마딕 관객의 방향성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임종은 큐레이터 역시 이 지점을 고민하며 미술현장에서 ‘여행을 통한 예술의 사유’를 어떻게 지속할지 그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말이 연전연패인 것처럼, 설령 패를 거듭할지라도, 이길 때까지.



유지현

예술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미술을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는, 기인식된 사고를 전환하는 확장적 매개로 보고 이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탐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