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7(Sat) ~ 2020-06-27(Sat)
C 공연장
<포스트-앵포르멜로서의 단색화(단색조 회화)의 성립
: 박서보, 이우환, 윤형근, 김창열, 하종연, 정상화의 경우> 강의에 대한 리뷰
김연지(2020.06.27)
단색화는 2010년을 기점으로 미술시장에서 조명 받게 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사조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특히 작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단색화를 대표하는 김환기 작가의 《우주》 작품이 약 132억 원에 낙찰되면서 매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양 미술사조인 ‘모노크롬 페인팅(Monochrome painting)’과 일견 유사성을 가지고 있어, 뉴욕 타임즈에서도 몇 차례 기사들이 다뤄져왔다. 하지만 한국 미술계에서는 단색화 계보에 관한 정리가 미비한 점, “모노코롬 페인팅의 번역어인 단색화를 아무 저항 없이 사용해 ‘색’이라는 단어에 닫혀버렸다”1)는 비판 또한 대두되어 다각도의 관점에서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렉쳐에서는 임근준 연구자의 <포스트-앵포르멜로서의 단색화의 성립>이라는 주제로 한국미술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연구자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 세계적인 흐름 안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연구해야함을 언급하였다. 그러한 사례로 미국 모마(MoMA)가 설립될 당시, 미국 현대미술관의 비전과 방향성을 구축한 알프레드 바 주니어(Alfred H. Barr Jr.)의 계보 성립과 그에 따른 전략을 살펴봄으로써, 작품 수집과 보존을 통해 한국미술의 계보를 정립해야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었다. 비단 이것은 국현의 문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갈 큐레이터로서 가져야하는 문제의식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논점이라고 여겨졌다.
임근준 연구자는 이번 렉쳐에서 단색화가 1970년대에 계보도 없이 출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모마가 뉴모마를 통해 모더니즘을 다층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처럼, 한국의 현대미술 역시 동시다발적인 상황 안에서 상호 연계되어 다양한 미술운동들을 촉발시켰다. 따라서 임근준 연구자는 단색화의 계보를 1920년대 모던보이들에 의해 형성된 신사실파 경향이 앵포르멜 운동으로, 그리고 그 흐름이 단색화의 출현까지 이어지는 3중 구조임을 주장하였다. 그러한 근거로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인 박서보, 이우환, 윤형근, 김창열, 하종현, 정상화의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그들 사이의 유대 및 교류, 1960~70년대의 시대적 상황 그리고 당시 유학을 통한 서양미술사조와의 영향 등을 다각도로 접목시켜 입체적으로 그 계보를 뒷받침한다.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초기 작품들의 경향이 앵포르멜 운동의 영향을 드러낸다는 점, 추상작업 이전에는 허상적 이미지가 나타나는 점 등 작품의 진행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어 체계적으로 논의되어져야할 부분으로 보여진다. 또한 당시 작가들이 일본 및 유럽 등에서 유학과 전시회 경험한 뒤, 본인의 추상 작업들이 빠르게 변화되고 완성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한국평론가들이 단색화를 한국적 특성 안에서만 구축하려고 했던 것을 넘어 이제 당시 서양의 예술 사조인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프로세스아트(Process Art)에 상응하는 특성과 비교 분석하는 다층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미술은 격변했던 시대 안에서 다양한 미술운동을 통해 다채롭게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임근준 연구자의 언급처럼 일부 미술운동과 경향들은 격화되어 발굴되지 못한 아쉬운 점이 남아있다. 이번 렉쳐는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갈 신진 큐레이터들에게 한국미술의 방향성과 연구 목적을 다양한 관점 안에서 시사함으로써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하였다. 앞으로 한국의 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시대상황과 연계하여 한국미술의 발전 과정들을 되짚어보면서 아직 발굴 되지 못한 한국미술의 다양성이 확장되길 바란다.
1)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정준모의 인터뷰 참조. 출처: http://bitly.kr/5zbBGI1fQCY
김연지
중국에서 현대미술과 조소를, 한국에서는 미술이론을 공부했다. space xx에서 큐레이터로 재작하며 공간의 기획과 운영을 총괄했으며, UNION ART FAIR도 함께 기획보조하였다. 한국 근현대미술 가운데 조명되지 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으며, 현재는 작가들이 고민하고 실현할 수 있는 큐레이팅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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