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KR EN

EDUCATION/EVENT

교육/행사
INCHEON ART PLATFORM

교육/행사

교육/행사 교육

신진큐레이터 양성 및 지원프로그램 <이제 막 큐레이터>

2020-08-01(Sat) ~ 2020-08-01(Sat) 이제 막 큐레이터
공유하기
  • 네이버로 공유
  • 페이스북으로 공유
  • 카카오톡으로 공유
  • 링크 복사
교육/행사 소개


비평의 위치


황소영(2020.08.01)


2020년 8월 1일 인천아트플랫폼 <이제 막 큐레이터> 미술 비평 글쓰기 방법론 첫 번째 시간으로 정현 비평가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강연자는 현재 인하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시에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강연 주제는 <비평의 위치>로 현재 비평의 위치 뿐 아니라 강연자의 오랜 경험,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져진 비평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가 공부했던 프랑스의 예술학은 68학생운동의 정신을 잇기 위해서 고정관념과 관습을 해체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 본질적으로 비평적 태도를 기반에 두고 있는 프랑스의 교육을 경험한 이유인지 우리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더 나은 비평가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어쩌면 프랑스의 교육이 현재 그가 비평가의 삶을 사는 것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자는 2000년대 이후 한국 미술계가 많은 변화를 겪어 왔지만, 그에 반해서 미술 비평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어딘가에 머물러있다고 언급했다. 독자에게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영화 혹은 문학의 비평과 달리 현재 미술 비평은 독자 즉 미술 애호가와 거리를 두고 멀찍이 떨어져 있다. 강연자는 이런 비평의 위치를 ‘경계’에 걸쳐져 있다고 이야기하며 ‘경계’에 있는 모호한 위치를 강제적으로 바꾸고 규정하기보다는 그 위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태도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모호한 위치 때문인지 한국 미술 비평은 아직 과거의 텍스트 중심의 글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미술 비평의 이런 모호한 위치와 텍스트 중심의 글쓰기를 지적하면서 비평글을 쓸 때 우리가 가져야 하는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비평가의 역할은 작가가 왜 해당 작품을 만들었는지 어째서 이런 고민을 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글로 담아내는 것이다. 작업에 대해 질문하며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고 현장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 후 그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것, 그것이 올바른 비평 과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심과 의문이 피어나는데, 이때 의심은 올바른 비평에 도움을 주기에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생각, 작업이 가지고 있는 진실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의심은 필수 불가결하다. 한국 미술계가 다양해지는 동안 미술 비평이 모호한 경계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여전히 과거의 텍스트 중심의 글쓰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텍스트 중심의 글쓰기도 필요하지만, 비평이 올바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텍스트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때 우리는 ‘의심’하는 태도를 발판삼아 작품의 새로운 부분을 인식함으로써 텍스트 중심에서 멀어진다. 작가와 작업에 대한 의심으로 이루어진 글은 작가와 작업을 마주 보고, 새로운 방향으로 작업을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쓰인 비평은 미술계가 나아가야 할 정확한 지표를 강제로 규정하기보다는 끊임없는 물음을 던져주며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 질문하는 질문지 그 자체가 된다. 올바른 비평이 영향력을 끼쳐 비평가와 작가, 작업이 미끄러지면 그 틈에서 미술계의 이후 방향성이 새롭게 태어난다. 후에 그 영향력이 관람객까지 닿아, 다양한 사유체계가 확산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 순간에 비평가는 그 사유의 장을 열어주는 서포트를 하게 된다.


물론 비평의 자세만 갖춘다고 해서 비평글을 잘 쓸 수 없다. 좋은 글은 결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해도 완벽한 글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 우리는 완벽하게 좋은 글을 완성하려는 것에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 비평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너무 부담을 갖지 않고 가벼운 글을 자주 써보며 자기 생각을 글로 남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비평은 결코 무거운 글이 아니고, 무거워서도 안 된다. 비평이라고 해서 날카롭게 무언가를 지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내 인식의 바운더리를 넓히는 작업으로 실천해야한다.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만나며 상호작용하고, 그 결과로 좁았던 인식을 조금씩 확장해나가는 발전의 도구로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연습을 통해 비평을 쓰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져 글을 쓰는 행위에 적응됐다면 그때의 글은 이미 무겁고 어려워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많은 공부를 하고 이론을 터득할수록 작품을 그 자체로 대하지 못하고 이론화 하려는 태도가 습관화되기 때문이다. 이때 비평이라는 행위가 작품을 이론으로 정의 짓는 행위에서 그친다는 생각을 버리고 ‘플라이어’라는 단어의 뜻처럼 흩어지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글을 우상화, 문학화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글에 너무 많은 정보를 넣는 것 보다 덜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올바르다. 비평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이념이나 미술이론을 과시하기보다는 작가의 작업에 물음을 던지고, 이후 작가가 그 작업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주고 독려해야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강연자는 첫 번째로 비평에 관한 일정한 커리큘럼이 뒷받침되는 강의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일상 속에서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스터디가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런 자연스러운 연습을 통해서 쉽게 써내려가는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비평을 어려운 이론들이 과하게 늘어진 글로 내 지식을 기록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당시 해당 작가와 작품, 더 나아가 예술계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는지 그 지표로써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번 강의를 들으며 왜 비평가 정현이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 작가가 가장 선호하는 비평가인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비평의 모호한 그 위치를 인정하고 그 자체를 즐기며 텍스트 중심에서 벗어나 현장과 상호작용하는 태도를 누구보다 실천하고 있었다. 현재의 작품을 비평하며 이후에 나올 작가의 신작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가능성을 독려하는 올바른 비평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황소영

학사로 독어독문학과와 박물관학과를 졸업했다. 커뮤니티아트에 관심이 있으며, 어떻게 하면 전시장과 관객의 틈이 좁혀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