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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큐레이터 양성 및 지원프로그램 <이제 막 큐레이터>

2020-08-08(Sat) ~ 2020-08-08(Sat) 이제 막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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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소개


“제7강 _ 한국현대미술과 한국성/한국색의 우회 고찰: 고유섭의 ‘구수한 큰 맛’과 ‘리얼한 것’으로부터의 추동” 강의에 대한 리뷰


황소영(2020.08.08)


<한국현대미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2020년 08월 08일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임근준 강연자의 일곱 번째 강의가 진행되었다. 이번 시간은 <한국의 현대미술과 한국성, 한국색의 우회 고찰 : 고유섭의 ‘구수한 큰 맛’과 ‘리얼한 것’으로부터의 추동>이라는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강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 첫 번째, 미술사학자 고유섭이 조선미술의 특징으로 제시한 ‘구수한 큰 맛’에 대하여 이해, 논의하고 두 번째로 전세계적으로 떠오른 새로운 종류의 리얼리즘 즉, ‘리얼한 것’에서의 ‘구수한 큰 맛’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의문점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유섭의 ‘구수한 큰 맛’>

고유섭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미학자로 조선미론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한 인물이다. 고유섭은 1940년 <조선일보>에 발표한 글 “조선미술문화의 몇낱 성격”과 1941년 <춘추>에 기고한 “조선미술의 특색과 그 전승 문제”에서 공통적으로 “무계획의 계획” “무관심성” “구수한 큰 맛” “고수한 작은 맛”과 같은 단어로 조선미술의 특징을 정의하려는 시도를 했다. 타자의 시선에서 조선미술의 특질을 이해하고 규정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지속되었지만, 낯선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조선의 예술을 대면하고 규정하였던 것은 고유섭이 처음이다. 특히 그가 이런 시도를 했던 당시는 체계적인 연구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식민기 시대에 제도적인 뒷받침은 불가능할뿐더러 금전적인 것 또한 기대할 수 없는 이유로 고유섭은 조선의 미학을 찾기 위해 ‘탑’에 시선을 돌려 식민지 문화의 한계에서 벗어나 조선 미술의 고유한 멋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였다. 우리는 강의를 통해 이런 고유섭의 구수한 큰 맛을 알아보고 더 나아가 철제 은입사 몽둥이, 중종대왕태장석함 등 몇 가지 이미지를 살펴보며 구수한 큰 맛에 대하여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강연자가 제시하는 이미지를 살펴보며 변방답게 세련미가 부족하고 촌스럽고 투박한, 또 호방하고 아기자기한 이미지(강연자가 자신의 언어로 풀이한 ‘구수한 큰 맛’)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강연자는 갑자기 ‘구수한 큰 맛’을 설명했을까? 그 이유는 이후에 나올 ‘리얼한 것’과 큰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국경이 없어진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것을 우리의 특징이라고 내세울 수 있을까? 교류가 활발해지고,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주 탓에 각 나라의 명확한 담론이나 특징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이 ‘구수한 맛’과 같은 우리의 고유한 특질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모든 것이 얽힌 미술에서 ‘우리의 것’을 찾고 지킬 수 있다. 강연자는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에게 ‘구수한 큰 맛’을 조선미론의 고유한 특징으로 내세워 강조했는지도 모른다.


<‘리얼한 것’에 관한 의문의 목록>

그렇다면 리얼한 것은 무엇인가? ‘리얼한 것’은 컨템포러리아트로 넘어오면서 ‘실제성’을 키워드로 삼은 새로운 종류의 리얼리즘을 강연자가 자신의 언어로 직역하여 풀이한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서구적인 ‘리얼한 것’과 해당 시기의 전통 각각의 내면을 이해하지 않은 상태로 이루어지는 성급하고 무리한 토착화 시도는 그 당대의 전통과 ‘리얼한 것’을 강제로 결합하기만 하는 어중간한 결과를 낳는다고 이야기했다. 강연자는 ‘리얼한 것’ 과 ‘모던한 것’이 상충되는 과정에서 동시대성이 시작한 것이라는 말을 하며 더 나아가 이 두 진영을 절충한 시각으로는 한국현대미술의 역사를 연구할 방법이 없는 것인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해결되지 않은 의문을 던지는 방법으로 강의를 이끌어 나갔다.

대표적으로 강연자는 김윤수가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발간한 안내책자에 일본 유학을 경험한 고희동을 뒤로 배치해 리얼리즘이 내재변화론으로 이루어 냈다는 왜곡된 시선을 비추었는데 이런 시각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여성, 이쾌대, 장발, 배운성 등의 각각의 인물의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며 그의 이념 혹은 행동을 이야기했고 그에 맞물리듯 피어나는 여러 의문점을 제시하였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그의 질문은 그렇다면 오늘날의 ‘리얼한 것’은 무엇인가? 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리얼한 것’을 재정의하고 갱신하고 있는 작가를 꼽자면 누구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오늘날의 미술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리얼한 것’을 표현하고 있는지,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는 우리에게 이런 의문점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현재 우리에게 ‘구수한 큰 맛’과 ‘리얼한 것’은?>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것,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술 이론만 공부, 연구한다면 우리 것도 보지지 않고 가려진다고 주장하였다. 무언가를 연구할 때 그 주제에 대해서 깊게 파고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시각으로 우리의 미술사를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였다. 우리의 특질을 이해하고 정의하기 위해 오로지 우리의 것만 연구한다면, 오히려 왜곡된 시선에 사로잡혀 방향성을 상실하고, 방향성에 제동을 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 비교되고 그 이질성이 두드러질 때, 더 큰 파급력을 얻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고유의 특징을 줄줄이 나열하기보다는 다른 것들과 비교로 알아낸, 차별화되는 부분을 강조하여 우리만의 특색으로 살리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일 년에 하나 내지는 두 개씩 한, 중, 일, 대만 등 아시아의 컬렉티브를 만들어 놓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강의를 마치면서 그는 우리에게 현재 한국현대미술에서 ‘구수한 큰 맛’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하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답하지 못했다. 우리가 강연자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던 이유는 ‘구수한 큰 맛’을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느끼고, 떠올리는 과정에서 아직 낯섦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아가 어쩌면 ‘구수한 큰 맛’을 그저 과거의 미술론 중 하나로 치부해버리는 태도가 내재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강의에서 강연자가 남긴 많은 의문을 생각하며 ‘구수한 큰 맛’으로 나타나는 한국성을 우리 안에서 다시 꺼내 들어 현재 한국현대미술에 어떻게 대입하고 적용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태도로 현대미술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황소영

독어독문학과와 박물관학과를 졸업했다. 커뮤니티아트에 관심이 있으며, 어떻게 하면 전시장과 관객의 틈이 좁혀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