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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큐레이터 양성 및 지원프로그램 <이제 막 큐레이터>

2020-10-03(Sat) ~ 2020-10-21(Wed) 이제 막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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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소개

미디어 속 지역성과 그 경험


박성환


우리는 GPS 시스템, 커뮤니케이션 툴 등 정교하게 개발되는 기술들을 바탕으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대에 있다. 공고화된 영역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시도하는 이 시대는 거리에 대한 심리적 개념을 점차 축소하는 동시에 물리적 영역을 전 지구적으로 확장한다. 더불어 가속화되는 변화 속도에 각자는 자신만의 성질, 즉 ‘고유함’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영역과의 실험적인 합작(collaboration), 영역 확장을 위한 분사(corporate spin-off) 등 시스템의 변혁을 시도한다. 그중에서도 미디어는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영역 중 하나다. 이는 용어가 함의하는 대로 여러 장르의 콘텐츠들을 웹, 모바일 등에 담아내면서 송신자와 수신자 간 매개 역할을 한다. 새로움을 선보여야 하는 송신자는 시대적 변화를 인지하며 콘텐츠에 크고 작은 시도를 녹여낸다. 이렇게 기존의 영역을 비트는 과정에서 등장한 ‘지역’은 수신자에게 어떠한 인상과 경험을 선보이는가.

먼저 나는 지역과 그 성질(지역성)을 살피고자 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지역은 주변의 다른 곳과 지리적 특성이 구분되면서 내부적으로는 한 가지 이상의 고유한 속성을 지니는 공간 영역이다. 또한 지역성은 하나의 지역에서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이 상호작용하여 나타나는 그 지역만의 동질적이거나 기능적인 성격을 의미한다. 즉 물리적인 영역에서 드러나는 환경 특성이 지역이고, 여기에 동시대의 성질이 개입되며 발생하는 유무형의 독자성이 지역성임을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는 지역을 어떠한 방식으로 콘텐츠에 등장시키는가. 나는 크게 방송사(콘텐츠 제작사), 지역 등 두 주축이 송신 및 게재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그 경향을 살펴보았다. 우선 KBS의 ‘1박2일’, SBS의 ‘패밀리가 떴다’, 채널A의 ‘도시어부’, tvN의 ‘삼시세끼’ 등 엔터테인먼트성 프로그램은 도심에서 거리가 있는 산간, 해안지역 등에 연예인들이 임시로 거주하며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지형지물을 활용해 작물을 채취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출연진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현재 자신을 둘러싼 공간과는 다른 환경을 접함과 동시에 촬영했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이끈다. 또한 SBS의 ‘맛남의 광장’, tvN의 ‘수요미식회’, KBS의 ‘생생정보’ 등 정보성 프로그램은 지역의 특산물, 먹거리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가게들을 조명하고, 특산물 판매 증진을 위한 유통사와의 협력을 추진하며 특정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은 드라마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었던 1980년, 1990년대를 중심으로 그 시절의 감성과 추억이 전개된다. 드라마는 캐릭터를 둘러싼 미시적 서사에 부산, 서울 등 당시 지역의 배경을 녹여낸 시대적 서사를 교차하며, 시청자가 콘텐츠에 몰입하도록 복합적인 장치들을 설정한다. 즉 방송사(콘텐츠 제작사)는 지역과 연계하는 콘텐츠에서 지역민 인터뷰, 자연환경의 미감 등 장소를 둘러싸는 고유하고 감각적인 성질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 제작 및 송출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청자는 미디어에 방영된 지역에 직접 방문하고 특산물을 소비하는 등 실물 콘텐츠 체험을 시도한다. 콘텐츠가 제공하는 경험은 점차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자체가 주축으로 전개하는 미디어 전략은 그동안 TV, 라디오, 포스터 등 올드 미디어를 중심으로 전개돼왔다. 그러나 랜드마크 소개, 특산물 판매와 같은 단순한 광고성 정보는 더는 전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눈길을 끌지 못한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지역은 침체된 공간이 아닌, 보다 활력있는 공간으로의 이미지 메이킹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도시 브랜드 슬로건’ 제작은 여러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 브랜딩 사업 중 하나다. 서울특별시의 ‘I Seoul U’, 경기도의 ‘Global Inspiration, 세계속의 경기도’, 인천광역시의 ‘All Ways Incheon’, 대전광역시의 ‘Daejeon IS U’, 부산광역시의 ‘Dynamic Busan’, 대구광역시의 ‘Colorful DAEGU’, 울산광역시의 ’THE RISING CITY‘, 광주광역시의 ‘Your Partner Gwangju’ 등 지자체 슬로건은 대개 외부 용역 혹은 시민 공모로 선정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는 자체 SNS 계정을 운영하며 활발하고 유쾌한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기를 시도한다. 충주시는 2018년부터 B급 정서를 기반으로 관광뿐만 아니라 일반 시정 영역으로까지 톤앤매너를 확대하여 SNS 브랜드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고양시는 2014년부터 고양이를 마스코트로 두고, 어미에 ‘~고양’을 붙이는 특유의 문체로 SNS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즉 지자체는 지역의 정체성, 방향성 등을 담아내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현재의 광고적 문법에 좇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효과적으로 지역을 알리기 위해, 지역성을 어필하기보다 시대의 유머를 끌어오는 심리적 접점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인다. 콘텐츠가 바이럴을 통해 확산되며 경험은 금세 온라인과 모바일 전반에 공유된다. 이는 내부 시민들에게 시정을 유쾌하게 홍보하여, 외부 사람들에게 도시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지구는 점차 둥글어지고 더 작아지고 있다.* 그 속에 한 지점인 ‘지역’은 보편성에 휩쓸리며 고유한 성질이 흐려지고 있다. 매체 시스템은 지역을 둘러싼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이 지닌 역동적인 이미지는 사라지고, 이윤을 위해 만들어진 이미지만이 활용되기 쉽다. 이 과정에서 주체로서의 지역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은 지역성이 소비되기를 기다리며 수동적인 위치에 자신을 놓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주체적으로 공간의 인상을 축적하는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방송사는 지역을 프레이밍하며 시청자에게 오프라인 방문을 유도했고, 지자체는 유머 기반의 바이럴 콘텐츠를 활용하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SBS의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노출된 서울시 서대문구 포방터시장의 경우 점포 간 분쟁, 담합 등으로 인해 부적 감정의 여론이 형성된 경우도 있다. 결국 온·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여론의 인상은 실질적인 지역의 인상으로 전이되며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사람의 기억, 웹의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유기적 아카이브는 효율적으로 지역의 인상을 도모할 수 있다.

공간은 사람, 시간, 생각 등 모든 것이 맞닿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활동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은 시점에 따라 다른 감각으로 발현된다. 공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에워싼 사회문화는 지극히 사적이면서, 모두가 포함돼있기에 충분히 공적이다. 커뮤니티에서 떠오르는 작은 생각과 독특한 느낌, 그것이 공유되며 창출될 수많은 경험은 현재의 문명에 힘입어 지역의 새로운 문화적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문학과지성사, p.284.

** 「글로벌시대 초국가 기업의 장소마케팅이 지방도시의 로컬리티에 미치는 영향 연구」, 김수정, 신지연, 로컬리티 인문학,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2015.10, p.282.


박성환 | 광고홍보학과 회화를 공부했다. 아르코미술관, 일민미술관을 거쳐 현재 복합매체 기반의 동시대 예술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생성되는 이미지를 재조립하고 다시 내놓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