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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소개

회화의 해체, 확장, 그리고 그 넘어 : 위영일의 작품을 중심으로

김연지

2004년에 발표한 <그들만의 리그 : A League or their Own>시리즈(일명, 짬뽕맨 시리즈로도 불린다)*로 작가적 명성을 쌓은 위영일은 2007년 <알레아토릭 페인팅(Aleatorik Painting)>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자신의 회화에 대한 방향성을 전환한다. 위영일은 <그들만의 리그>(2004~2007)작업을 통해 고수해온 반동적 예술과 현실고발이라는 사회적 테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의적 설정’이라는 개념을 구축하여 회화의 ‘일시적 퇴행’*을 극복할 만한 묘책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그가 제시한 알레아토릭 페인팅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창작과정에 있어 우연성이 강조되는 것을 뜻한다. 작가는 미술사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이념이자 주의, 양식 등을 자의적으로 재설정하여 운에 따른 수행과정이 곧 작품의 창작과정임을 폭로한다. 이러한 제작방식은 다다이즘(Dadaism) 운동이나 케이지(John Cage) 사상과 맞닿아있으며, 예술의 형식적인 측면과 현대의 불확정성을 결합시킴으로써 예술적 전통과의 이별을 고한다. 그는 자의적으로 설정한 조건표를 통해 자신을 짬뽕맨이라 규정하는 한국미술계의 인식 체계에 대한 변혁을 시도할 뿐만 아니라, 문화시장에서 공유·유통되고 있는 대상들을 통해 새로운 형식을 도출하여 회화의 확장성을 도모한다. 본 글에서는 알레아토릭 페인팅을 기점으로 그가 차용한 기법들을 살펴봄으로써, 현대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위영일은 <그들만의 리그>연작을 통해 소통부재의 현대미술의 내적문제로부터 물신주의에 따른 제국적 타자 그리고 2000년대 초반 한국사회에서 타자들이 주체로서 욕망이 발현되는 것을 다층적으로 고찰하였다. 위영일, 「현대회화에서 “자의적 설정에 관한 연구자의 프로젝트」 박사학위 논문, 『홍익대학교 대학원』, 2019, p.24 참조.   *새로운 시공을 위하여 미술계의 일시적 퇴행은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위영일, 위의 글, p.21~23 참조.


회화의 해체와 확장

회화는 20세기 모더니즘 형식실험에 대항하여, 다양한 변혁과 확장을 이뤄왔다. 특히 미니멀리즘(Minimalism) 이후 출현한 설치미술(Installation Art)로 인해 관람자의 신체, 다중감각을 새롭게 조명하고 순수 시각체험 위주의 모더니즘 미술의 한계를 극복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 역시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는 설치미술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새로운 추상미술의 경향인 좀비포멀리즘(Zombie Formalism)과 일맥상통한다. 예컨대 알레아토릭 페인팅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월페인팅 시리즈가 ‘공간과 관계하는 회화의 확장’을 이룬다는 점, 회화와 조각을 결합하여 전통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 그러하다. 이처럼 위영일은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식 모더니즘 미술이 중시하였던 매체 특정적 조건들을 전복할 뿐만 아니라 ‘예술은 그 무엇이어야 함’을 규정하는 것에서, ‘예술이 그 무엇까지 될 수 있는가’의 외연 확장의 문제로 프레임을 이동시킨다.* 특히 위영일은 조각이 가지고 있는 ‘다면성’을 와해시켜 회화의 ‘단면성’을 구성함으로써, ‘인식의 확장’을 시도한다. 이러한 인식의 확장은 역으로 단면성과 다면성을 결합하여 전시 공간마저 수용하는 양태로 나아간다. 예컨대 캔버스에 물감만 사용하던 컴포지션을 실제 사물까지 사용하여 공간으로 확장하는 기법이 그러하다.

작가는 작품을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한 첫 시도로써 회화와 조각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매시업(Mash-up)하여 양가적인 속성이 드러내는 형식실험을 진행한다. <Sandwich>(2016)와<Bat>(2018)은 그러한 시도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특히 <Bat>은 회화도 조각도 아닌 상태에 놓여있다. 양쪽에 붙어있는 나무부분은 채색이 되어있으나, 벽면에 회화와 같은 방식으로 걸려있어 회화 작품과 같은 환영을 일으킨다. 하지만 크램프의 금속물질이 채색을 압도함으로써 회화로 연상되는 것을 전도시킨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 결정 불가능성(Undecidability)을 내포함으로써, 이론적 사유 밖에서 현대회화의 가능성을 구축한다.

*하임성, 「미니멀리즘 미술과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의 관객 신체성 비교 연구」, 『예술과 미디어』 Vol.14, 2015, p.142 참조*백영주, 「페다고지 예술의 조형적 문제」, 『한국기초조형연구』 14권 4호, 2013, p.299 인용.


Sandwich 1_혼합매체_2016


관람방식의 전환

이렇듯 다면성과 단면성을 형식실험을 통해 전시장 벽면으로 설치된 냉무 시리즈는 일정기간 작품이 전시되고 전시가 끝난 뒤 원상복귀 되는 특수한 시간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특수한 시간성 안에서 관람객은 일회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유일한 목격자가 된다. 따라서 일정 시간 동안, 작품의 다양한 층위를 상상할 수 있는 관람객은 그의 형식실험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서 작동된다. 위영일은 관람객의 능동성에 중점을 둔 제작방식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창조적 주체로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New Point>(2018)는 언뜻 보기에 기존의 회화 작품처럼 보이지만, 아나모르포시스(Anamorphosis, 왜상) 기법을 응용하여 만들어낸 설치작품이다. 여러 점의 회화로 구성된 <New Point>는 정면에서 보았을 때 흰 색면만 보이지만, 관람객이 좌우로 이동하게 되면 다양한 면적과 크기의 색면들로 이루어진 실재의 다층적 공간을 관찰할 수 있다. 전시장 벽면에 구성된 <가변시점>(2018) 역시 관객이 신체적 조건에 맞게 능동적인 태도를 취했을 때 작품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작가는 전시장 전반에 능동적으로 감상하는 장치를 포진시킴으로써 관람객의 감상태도, 즉 르네상스의 선원근법 이후 우리의 시각체계를 지배하던 단일시점에 대해 재질문하며, 예술작품이 관람객의 참여로 인해 또 다른 사유체계들을 창조해 나가는 의미로 변화했음을 나타낸다.

냉무_가변크기_혼합매체_2017

New Point_가변설치_2018


텅 빈 기표로서의 회화와 그 안의 가능성

2016년 이후부터 위영일은 작품과 전시장을 관람객과 소통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문화를 이해하고 보급하는 기능 또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따라서 회화의 확장과 더불어 “자율성”을 기본으로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연대의 공간을 전시장에 구현한다.

작가는 프레임을 벽면으로 확장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공간 곳곳에 다양한 레이어들을 활용한 <리얼 레이어드>를 선보인다. <리얼 레이어드>(2018)는 일상 사물들을 통해 현란한 색체와 외형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것은 특정한 의미를 담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내용을 제거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017년 space xx에서 선보인 《공간 속에서 컴포지션하다》라는 전시명을 통해 뚜렷이 드러나는데, 결국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전시장 안에 놓인 수많은 컴포지션이 텅 빈 기표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예술작품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동시에 모든 것이 되고, 모든 것이 됨으로써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양자 간의 끊임없는 상호 침투적 운동을 촉발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관객은 해체된 예술 안에서 삶과 연결되는 ‘자의적 해석력’을 구축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다. 이것은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가 “작품과 대중 혹은 작품과 작가는 더는 일정한 규범이나 목적으로 이루어진 합의된 결과를 수용적 조건이 아닌 자신의 감성적 경계선을 허물고 해방으로 가는 새로운 체제를 요구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관람객에게 새로운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을 작품을 통해 선보임으로써, 그동안 예술에 부여된 해석과 특정한 합의에 대해 요구하는 예술의 엘리트적 정신을 반증한다. 이제 그의 회화는 현존성에 중시를 둔 기존 예술의 가치를 넘어 즉흥적이며 다양한 갈등과 혼동을 인정하는 확장된 인식체계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고경호, 김한기, 「설치미술에 나타난 합의와 해석의 해방연구-자크 랑시에르와 수잔 손택의 이론을 중심으로」, 『한국기초조형연구』, 2019, p.20

위영일 제 10회 개인전_"공간 속에서 컴포지션하다"_설치전경_space xx


더 나아가서

예술은 동시대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론의 활성화를 통해 구축되었지만, 사회의 가치관·규범·규칙에 의해 반응하면서 오히려 고정된 해석으로 굳어져 갔다. 이에 반해 위영일은 한국현대미술 안에서 관습화된 회화의 인식 구조에 대한 변혁을 도모하며, 회화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이념과 이론들, 즉 기존 체제의 논리로부터 규제되어온 감성을 해방시킨다. 따라서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이라는 명제에 내재된 자기 목적적인 예술을 거부하고, 공간과 관계하는 회화 작품을 통해 예술이 자유롭고 열린 영역에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위영일의 회화는 집단이 규정한 판단기준과 2차원의 시지각적 논의 자체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최근 그의 작업은 범주가 온전히 공간으로 확장되어 다매체와 다장르의 미술을 회화의 확산으로 나아간다. 특히 블랙박스 형태의 전시장에서 진행된 《All in One》(2019)전은 평면을 형성하는 프레임을 삼차원의 공간에서 실험함으로써 다양한 경계를 횡단한다. 이처럼 지속적인 회회에 대한 확장과 인식변화는 회화의 자기 파괴적인 양상 또한 보이고 있어 앞으로 그가 실험하고 확장할 회화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 드러난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위영일 작품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구축하는 '텅 빈 기표'는 역으로 작금의 상황이 내용 없는 형식으로 환원된 미술의 현주소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좀비 포멀리즘에서 한계로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형식의 발굴로서의 미학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가치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영일은 지속적으로 예술작품과 레이어의 인식체계를 파편화시켜 그것을 관객에게 인지시키는 과정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 창조주체로서 관람객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며, ‘죽은 미학’을 타파할 수 있는 장치들이 탐구되어야 할 과제로서 보인다. 따라서 관람객의 반응적 태도에 관한 실험들을 확장시켜 다양한 층위와 충동을 얼마나 더 열어둘 것인지가 위영일의 확장된 회화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이다.

냉무-선택된 사물들_가변설치_2019


김연지  |  중국에서 현대미술과 조소를 한국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했다. space xx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하며 공간의 기획과 운영을 총괄했으며, UNION ART FAIR도 함께 기획 보조하였다. 한국 근현대미술 가운데 조명되지 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으며, 현재는 작가들이 고민하고 실현할 수 있는 큐레이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