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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양성 및 지원프로그램 <이제 막 큐레이터>

2020-08-29(Sat) ~ 2020-08-29(Sat) 이제 막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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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소개


문혜진 평론가의 큐레이터의 ‘글쓰기’

한주옥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 왔다. ‘curator’의 어원이 라틴어 ‘curare’에서 유래되듯이 ―여기서 명사 ‘cura’는 ‘care’, ‘concern’, ‘management’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초기의 큐레이터는 미술관과 예술품에 대한 관리 및 담당자 역을 맡으며 시작되었다. 이후 계속해서 큐레이터의 역할이 진화하며 작품과 전시를 중심으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거나 미술관 또는 전시에 대한 기능과 담론을 생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전시를 기획한다는 동사로서의 단어, ‘큐레이트’가 등장한 것은 1909년의 일로 여전히, 주요 사전에 명확히 정의된 모습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동시대 큐레이터는 ‘curator’의 용어가 지닌 본질적인 의미를 수렴하면서도 문화·예술의 역사 및 정체성을 위해 외연을 넓혀가며 미술과 교육을 통한 소통, 전문적인 행정 운영, 미학적 논쟁까지 끌어내는 전문 인력으로 기능하며 존재한다. 이와 같은 배경을 기반으로 큐레이터 개개인이 전문성을 갖추어 발전시켜야 하는 주요 직무 중 하나는 단연 큐레이터의 글쓰기일 것이다.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진행된 문혜진 평론가의 강의는 큐레이터가 현장에서 써야 하는 글을 1. 보도자료, 2. 전시 서문 3. 전시리뷰 4. 작가론/레지던시 5. 비평/서문으로 나누어 각각의 글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늠하며 큐레이터의 언어를 통해 글을 효과적 전달하는 방식의 논의 점을 다루었다. 또한 세 가지 전시 낯선 전쟁 (국립현대미술관),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아르코미술관), 2020 서울사진 축제 《사진이 여전히 차이를 만들 때》 (서울 시립 북서울 미술관)을 관람 후 하나의 전시를 선택하여 전시에 대한 리뷰 또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서문을 재구성해보는 사전 과제를 제안하였고, 위 다섯 가지 글쓰기의 연장 선상에서 각자의 텍스트를 공유, 코멘트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문혜진 평론가는 큐레이터가 써야 하는 글 중 3. ‘전시 리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과거 전시에 대한 자료를 찾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것은 해당 전시의 리뷰다. 물론 전시의 서문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문은 전시를 만든 사람의 입장 따라 쓰기에 아무래도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록에 대한 측면이 강하며 팩트를 정확하게 기재하는 전시 리뷰를 먼저 찾게 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리뷰는 과거의 영역을 보다 뚜렷하게 기록·수용할 수 있게 한다. 이때 전시 리뷰를 구성하는 요소는 팩트 설명과 더불어 ‘분석’, ‘비판’, ‘감상 및 소회’가 들어갈 수 있다. 분석의 대상으로는 첫째, 큐레이터가 설정하는 전시의 개념이 설득력이 있고 타당한지 먼저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 두 번째 ‘전시 구성’을 통해 전시 개념의 적합성을 함께 따져보며, 세 번째 ‘작품 선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공간 연출과 작품이 어떠한 양상으로 드러나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디스플레이의(공간 구성)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타 전시와의 차별성을 따져보는 일련의 시간을 통해 동시대 미술 현장의 관계 및 사태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4번 작가론은 큐레이터가 많이 접하게 될 글쓰기로 해당 전시의 특징을 특정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글이 될 것이다. 강연자는 작가론을 작성할 때 작가에 대한 조사를 성실하게 이루어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키워드와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역시 분량, 글의 분량에 따라 어떤 키워드를 선택하여 작성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때 키워드의 선택은 이미 존재하는 다른 필자와 ―그의 글에서― 겹치지 않는 선을 고려, 본인의 관점과 생각을 작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관련 문헌 조사와 리딩이 필요하며 글의 구성 프레임, 구조를 짜는 일이 필요하다. 이후 초벌, 교정, 수정은 글이 완성되기 전까지 여러 차례 이루어지며, 특히 ―잘 익힌 음식을 먹기 위해 숙성이 필요하듯―글을 완성하기 전 숙성시키는 시간을 통해 재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작가 확인 및 피드백과 최종본 완성을 통한 과정을 거쳐 글을 쓰게 된다.

문혜진 평론가는 전시를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전시를 동선만으로 또는 전시의 공간 구성으로, 작품과 작품이 어떻게 충돌하고 관계하는지 등등 전시에서 작동하는 여러 요소를 계속해서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이러한 태도는 각자의 글쓰기 방법론을 발전시켜나가는 일의 시작점으로, 획일화되어 있거나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언어의 질서를 탈주하는 비판적 시선의 방법론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연자는 비판적으로 쓰기 어려운 글의 예시를 들었다. 계속해서 비평의 위기를 이야기하듯 리뷰가 리뷰로 작동하지 않는 관계망이 현장과 현장 밖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비평가들이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담론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이 지점이 강연자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되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글쓰기일 것이다. 즉 평소 꾸준하게 자신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을 유지하지 않으면 자신의 관점으로 이루어진 비평적 글쓰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큐레이터는 누구보다 독자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기 창작물의 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발전된 관점은 계속해서 여러 방향으로 시도,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문혜진 평론가의 큐레이터의 글쓰기 강의는 큐레이터의 가치관과 태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 그리고 유의미한 비평의 형식을 지향하는 진정어린 그의 가치관으로 이루어졌다. 현장에서 이미 일을 하거나 큐레이터 또는 비평가를 꿈꾸는 모두에게 귀중한 시간이었다.


*임근준,「큐레이터/큐레이팅이라는 단어에 관한 사실 몇 가지」, <임근준 블로그>, 2017년 12월 08일


한주옥 | 미술학과 회화전공으로 석사 졸업하였으며 현 미학과 재학 중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코디네이터, 자하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하였다. 퍼포먼스 미학을 중심으로 뉴 매체와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발전 가능성에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