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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소개

인천시립미술관의 지역성 기반의 전시 기획 방향성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과 서울여자대학교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황소영


1. 서론

산업구조의 고도화, 국민의 소득과 생활수준의 향상, 주5일근무제 등의 이유로1) 개인의 여가 시간이 보장되면서 그 시간을 통해 취미 생활을 누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시민들은 질적으로 더 나은 문화·예술을 누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렇듯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문화·예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2) 요구에 응하듯 새로운 정책과 지원 사업 등으로 그 욕구를 충족시키려 노력하였다. 같은 이유로 인천 또한 문화 예술 분야의 질적 향상이나 다양성 증대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증가해, 그 요구 충족을 위해 ‘뮤지엄 파크’를 계획하며 시립미술관 건립을 확정지었다.3) 인천시립미술관 개관을 준비하면서 몇 차례 학술 용역이 진행되었고, 시립미술관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본 글에서는 학술 용역의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천뮤지엄파크 시립미술관 콘텐츠 개발을 위한 학술용역 최종보고서』(이하 학술용역 보고서)에 나타난 ‘지역성 기반 기획전’4) 특히 ‘학교 연계전시기획’, ‘커뮤니티 아트 전시와 지역주민 참여 전시’ 부분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여 보충하고자 한다.


2. 지역성의 정의와 ‘지역성 기반의 전시’

학술용역 보고서에서 인천시립미술관의 주제별 기획전시 운영방안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이 바로 ‘지역성 기반 기획전’5)이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지역성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또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전시는 어떤 것일까?

지역성이란 지역이 그 지역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과 다른 특이성이 있을 때 비로소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지역의 주민들이 배타적으로 공유된 상징을 갖고 그들 상징에 대하여 자기 것이라는 정서적 관여(commitment)를 하며 동일시(identification)하는 경우에 확립되는6)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역에 형성된 하나의 문화적 구심7)이라 말 할 수 있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우리를 증명할 수 있는 고유성이 무엇인가라는 과제에 놓이게 되었다.8) 지역성은 다수의 사람들이 교류를 통하여 하나의 문화를 동일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경관, 역사, 문화, 제도적 제반 속성9) 등 그 범위가 매우 넓다. 때로는 전문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정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시민들끼리의 자연스러운 교류나 공통의 관심사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시립미술관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기획전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예로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통한 기획’, ‘학교 연계전시기획’을 비롯한 ‘커뮤니티 아트 전시와 지역주민 참여 전시’ 10)등을 언급하였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시립미술관이 후에 지역사회와 협업, 즉 시민들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지역성을 바탕으로 전시 기획하고자 하는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시립미술관은 지역사회의 협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지역성에 대한 논의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통한 기획’을 언급한 것과 달리, 관련 전시 사례는 ‘디아스포라’에 대한 사례만 제시하고 있다. 인천시립미술관은 후에 지역사회와 협업을 통한 전시를 어떠한 방향으로 기획해야 할까?


3.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과 서울여자대학교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 사례 분석

위 질문에 대한 답으로 본 글에서 언급할 프로젝트는 서울여자대학교의 교양 강의 ‘커뮤니티아트’이다. 이 강의는 2014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최현주 교수11)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례를 통해 커뮤니티아트의 이론을 배우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커뮤니티아트 기반의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하는 것에 그 목표가 있는 강의이다. 본 글에서는 2014년부터 다양하게 진행되었던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 중 가장 처음 기획되고 실행 된 <서울여대 Human Art Studio: 지문모아예술>(2014)을 사례로 선정하였다. 미술관과 대학 강의와 연계되었다는 점, 일반 시민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후에 인천시립미술관이 지향하는 ‘지역사회와 협업’, ‘대학 강의와 연계’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아트 전시와 지역주민 참여 전시’라는 측면에 모두 부합하여 예로 적절하다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3.1. <서울여대 Human Art Studio: 지문모아예술>

<서울여대 Human Art Studio: 지문모아예술>(2014)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나만의 고유한 ‘지문’을 통하여 작품을 만들고, 직접 전시까지 연결시키는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로 2014년 6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었다.

최현주 교수와 김태호 교수12), 노아, 노현지 코디네이터13)가 맡아 기획하였으며 당시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 약 50명 또한 기획에 참여함과 동시에 작가로 활동하였다.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지문 클로버’는 자신의 지문을 클로버 모양으로 찍고, 만들어 잔디밭에 심는 프로젝트이다. 마음에 드는 지문 클로버가 있다면 뽑아서 가져갈 수도 있다. ‘행운’을 상징하는 클로버를 나의 지문으로 만들어 심고, 타인이 만든 클로버를 획득하는 과정을 통해 행복과 행운을 나누자는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이다. 두 번째 ‘지문포스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문으로 그리거나 적는 프로젝트로 지나가는 행인 모두가 작가가 되어 작품을 만들고, 원하는 곳으로 우편을 보내주는 발송 서비스를 제공한 프로젝트이다. 마지막으로 ‘지문프로필’은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팔각정’을 ‘지문정’이라는 예술 공간으로 치환해 현미경으로 자신의 지문을 관찰해보고 색연필 등으로 지문을 디자인해 볼 수 있는 가상의 공간으로 구성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사람이 주체 즉, 작가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물론 미술관에 놀러 온 관람객, 주말을 즐기기 위해 공원을 찾은 가족도 작가가 되어 예술 활동을 펼쳤다. 성별과 직업, 나이에 제한이 없고 누구나 예술 활동에 참여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예술 활동을 겪어볼 수 있는 장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휴식 공간인 ‘팔각정’을 ‘지문정’으로 치환하여 예술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것은 그 장소성의 의미를 지켜내면서 동시에 예술성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획한 학생들은 커뮤니티아트를 직접 실천해보며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전시에 직접 참여했던 관람자이자 예술가들은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경계를 초월하는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기획자와 참여자 모두 예술 활동을 누림과 동시에 미술관과 대학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소통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시립미술관에 적용

인천시립미술관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학익동 ‘뮤지엄 파크’ 내에 위치하게 된다. 인근에 다수의 주택단지가 위치하여있고, 대중교통 정류장이 인접하여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것이 큰 장점이다.14) 후에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 공원을 조성하여 산책 나온 주민들을 관객으로 쉽게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상지 반경 2K 거리로 초등학교 5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5곳, 대학교 2곳이 위치하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통이 편리하고 교육 시설 다수가 근접해 있다는 시립미술관의 입지 조건은 후에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에 이점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이런 접근성의 기준에서 볼 때 후에 시립미술관 개관 후 인근 대학의 미술 관련 학과의 프로그램 협업 진행이 용이할 것이라 예상된다. 미술관과 대학이 협업을 통해 전시를 기획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미술관은 시민을 직접 전시 기획에 참여시켜 시민들이 꾸려나가는 예술을 보여줄 수 있고 학교와 학생은 이론 뿐 아니라 실제 기획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서로에게 좋은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서 사례로 언급한 <서울여대 Human Art Studio: 지문모아예술>의 사례를 보완하고 적용한다면, 시립미술관이 추구하는 ‘지역성 기반의 전시 기획’과 ‘커뮤니티 아트 전시와 지역주민 참여‘를 동시에 충족하는 전시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여자대학교 강의의 경우 교양강의라는 이유로 프로젝트 기획에 앞서 많은 시간을 커뮤니티아트의 이론을 교육에 할애했을 것이다. 짧은 한 학기라는 시간동안 이론을 배우고 전시까지 이어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그 목적이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 기획과 그로 발생하는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에 있기 때문에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는 전시를 기획하려 계획하는 인천시립미술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런 사례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미션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인천대학교와 인하대학교를 예시로 들어보자. 두 학교는 모두 미술관련 학과를 보유하고 있다. 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은 지역문화기획전공을 운영해15) 지역문화기획자의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문화기획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지역성이 기반된 전시를 기획을 맡긴다면 전시에 지역성을 담아내는 그 과정이 조금 더 수월할 것으로 예상 된다. 반대로 인하대학교는 조형예술학과의 경우, 작가(창작), 예술기획, 예술산업 전문화라는 세 개의 분야로 세분화되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기획의 경우 <전시와 큐레이팅>16)이라는 교과목이 개설되어있는데, 강의 자체의 범위가 넓어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기반으로 지역 시민들과 함께하는 전시를 기획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 예상된다. 이렇듯 각 대학교의 전공, 강의 내용과 주제에 맡는 전시 기획을 지원한다면 무작정 협업을 하는 것보다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이 줄어들 것이다. 시립미술관과 대학의 협업을 통해 커뮤니티아트 성격 혹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전시를 기획하고 개최한다면 많은 시민들이 그 전시를 즐기며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경계를 허물고 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학술용역 보고서에서는 시립미술관 건립의 당위성을 ‘지역미술인의 활동 거점이자 지역주민의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역할 수행’ 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인천시립미술관이 인천 지역 미술의 활성화는 물론 지역주민과 시민들에게 문화향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시립미술관은 이런 기회를 전문 큐레이터에 의해 기획된 동시대 예술을 기반으로 한 전시 뿐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로 기획된 전시,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그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는 것은 한순간에 얻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학술용역 보고서에도 계속해서 언급된 것과 같이 지역사회의 소통의 장으로서 기능하고자 노력한다면, 시민들에게 만족할만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1) 최금화, 권혁인 , 「AHP분석을 통한 문화예술 기반 도시재생 중요요인 도출에 관한 연구」 , 『인천학연구』, 2019, P.3

2) 최금화, 권혁인 , 위의 책, 2019, P.3

3) 채은영, 「2017 시각예술분야 총론」, 『2017 인천문화예술연감』, P.61

4) 인천광역시청, 「인천뮤지엄파크 시립미술관 콘텐츠 개발을 위한 학술용역 최종보고서」, 2019, P.124

5) 인천광역시청, 위의 책, 2019, P.124

6) 이수범, 「인천시민의 인구사회학적 속성이 인천의 지역성과 애착에 미치는 영향」, 『인천학연구』, 2013, P.134계기석 · 천현숙, 『지방화 시대의 도시 정체성 확립 방안 연구』, 국토연구원, 2001.

7) 이수범, 「인천시민의 인구사회학적 속성이 인천의 지역성과 애착에 미치는 영향」, 『인천학연구』, 2013, P.136

8) 한선정, 「로컬 아카이브 구현을 위한 미술의 공공성과 지역성」, 『기초조형학 연구 17권 1호(통권73호)』, 2016, P.649

9) 이수범, 「인천시민의 인구사회학적 속성이 인천의 지역성과 애착에 미치는 영향」, 『인천학연구』, 2013, P.134

10) 인천광역시청, 「인천뮤지엄파크 시립미술관 콘텐츠 개발을 위한 학술용역 최종보고서」, 2019, P.124

11) 문화예술사업기획자이자 미술작가이며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과 초빙교수로 2014년부터 교양강의 ‘커뮤니티아트’를 강의중이다.

12) 2014년 당시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과 교수였으며, 현재는 명예교수이다.

13) 2014년 당시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과 대학원생

14) 인천광역시청, 「인천뮤지엄파크 시립미술관 콘텐츠 개발을 위한 학술용역 최종보고서」, 2019, P.12

15) 인천광역시청, 「인천뮤지엄파크 시립미술관 콘텐츠 개발을 위한 학술용역 최종보고서」, 2019, P.12

16) 인하대학교, 조형예술학과 홈페이지 교과과정, http://finearts.inha.ac.kr/curriculum_curri.html

17) 인천광역시청, 「인천뮤지엄파크 시립미술관 콘텐츠 개발을 위한 학술용역 최종보고서」, 2019, P.5


황소영 | 독어독문학과와 박물관학을 졸업했다. 커뮤니티아트에 관심이 있으며, 어떻게 하면 전시와 관객의 틈이 좁혀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