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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큐레이터 양성 및 지원프로그램 <이제 막 큐레이터>

2020-10-31(Sat) ~ 2020-10-31(Sat) 이제 막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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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소개

몸에 스민 구수한 큰맛


박성환

우현 고유섭의 글을 엮은 『구수한 큰맛』은 민족의 미감을 발굴하고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도서다. 그는 제품, 예술 작품 등 조형적인 요소에서부터 한국이 지닌 고유의 미를 발견했다. 조선 미술에서 발견한 고유의 미에 대해 그는 구수한 큰맛으로 말한다. ‘구수하다’라는 특질은 깊이에 있어 입체적으로 쌓여 있는 맛, 속도에 있어 빠른 것과 반대되는 완만한 데서 오는 맛이고1), ‘큰맛’은 단아치 않은 것으로 설명한다.2) 즉 거칠기만 하면 구수하지 못하고, 땅에 파묻혀 있기만 하면 크지 못한데, 두 면이 합치되며 발생하는 성질이 구수한 큰맛3)인 것이다.

그가 구수한 큰맛에 대해 모순적이며 번역할 수 없는 면으로 말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이를 지금의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조금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다른 영역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오라(Aura)에 대한 현대적 번역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번역은 언어와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교차하여 풀어내는 것이다. 즉 번역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개체가 생성될 수 있는 예술 장르이다. 고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모든 문화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침략을 거쳐 이룩해왔기에, 그의 말을 빌려 “하나같이 단아하지만 큰맛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온·오프라인 네트워크에 의해 여러 영역은 수시로 전복되고, 전복당한다. 문화는 물리적인 형태가 비물리적인 것들과 함께 뒤섞이는 방식으로 변혁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양한 각도에서 정반합의 결과물이 생성되고, 그 사이에 돌연변이라는 큰맛이 등장한다. 어느 하나 고정되지 않은 주변 환경에서 우리의 몸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포괄하여 드러내는 유일한 매체이기도 하다. 남겨진 유산을 통해 예전의 양식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무형의 사상과 관습이 인간의 몸에 스며들고, 그것이 다시 몸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입체적으로 쌓여있는 맛을 현재 시점에서 적합하게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가치 판단의 영역에 둘 수 없다. 몸은 끊임없이 여러 세계로부터 침투 및 정복당하며 맞이한 독자적 세계다. 몸은 그야말로 수없는 문화적 번역을 거친 셈이다. 고로 몸을 둘러싼 습관과 관념은 각자의 언어이다. 나는 살아 숨 쉬며 비고정적인 수많은 몸으로부터 역사, 문화의 구수한 큰맛을 살펴보고자 한다.


1)『구수한 큰맛』, 고유섭 지음, 진홍섭 엮음, 다할미디어, p.19.

2)위의 책, p.52

3)위의 책, p.53


박성환 | 광고홍보학과 회화를 공부했다. 아르코미술관, 일민미술관을 거쳐 현재 복합매체 기반의 동시대 예술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생성되는 이미지를 재조립하고 다시 내놓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