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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Sat) ~ 2020-10-31(Sat) 이제 막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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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소개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구수한 큰 맛’을 소급하는 것에 대하여

유지현


『구수한 큰 맛』은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1905~1944)의 조선 미론에서 출발한다. 고유섭은 일제 강점기의 미술사학자로, 호는 우현(又玄)이며 인천 출생이다. 고유섭은 미술사에서 유물·유적 탐구의 중요성을 깨닫고 고적 답사로 한국의 사찰 및 탑을 찾아 연구하였고, 그곳에서 우리의 전통성을 찾으려고 하였다. 1933년 3월부터 10여 년간 개성부립박물관의 관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주요 저서와 논문을 발표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조선 탑파의 연구』, 『조선 미술사 논총』, 『한국탑파(韓國塔婆)의 연구』 등이 있다. 고유섭은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사학자이며 미술 작품과 문헌 기록에 대한 고증적 연구를 통해 한국미술 연구에 대한 방법론을 체계화시키는 등 근대적 학문체계를 이루어낸 미술사학계의 선구자이다.

『구수한 큰 맛』 고유섭의 생전에 난해한 한문 어투로 발표되어 이해하기 어려웠던 한국 미술사에 관한 글을 쉬운 한글로 풀어 주고, 발표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출처, 어려운 한문 원전의 해석, 전문용어 해설, 해당 도판 자료의 수록 등을 실어 편찬되었다. 고유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조선의 고미술이란 실로 조선의 역사와 함께 자라났으며 조선의 역사와 함께 사라진 미술이라 말하며 조선 미술을 재조명하는 것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는 조선 미술에서 하나의 모순을 본다고 말하며 이는 작은 맛과 큰 맛이라 한다. 조선의 미술은 단아한 면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작은 데에서 오는 예술성, 즉 작은 맛이다. 그리고 큰 맛이 있는데, 이는 단아하지 않은 것이다. 고유섭은 이 둘의 모순은 두 맛이 발생한 다른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단아한 작은 맛은 외부적 자연적·지리적 환경의 제약에서 왔고, 큰 맛은 생활의 태도에서 오는 면으로부터 왔다고 한다. 무관심 체념 등에서 거칠고 큰 것이 나오고 부정이 나오는데, 조선의 생활력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고유섭은 조선의 예술이 생활과 밀착된 것임을 말한 바 있다. 단아한 작은 맛과 구수한 큰 맛은 개념적으로는 모순된 듯 보이나, 조선의 적조와 유머가 합치되어 있어 성격적으로 한 몸을 이루고 있다고 밝힌다.

고유섭이 말하는 ‘구수한 큰 맛’의 핵심은 가령 백자로 대표되는 조선 미술의 이미지인 ‘단아’에 대한 바깥으로의 확장에 있다. 그리고 여기서 동시대의 ‘한국성’을 어떻게 추적할지의 자세를 견지해 볼 수 있다. 동시대의 한국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이 뒤섞인 글로컬(glocal)의 시대이다. ‘구수한 큰 맛’이 작동한 조선은 근세와 근대를 걸친 1392년~1897년의 500년의 역사이며, 고유섭이 이를 연구한 일제 강점기는 1910년~1945년의 35년, 이후 대한민국이 출범한 지 1945년부터 2020년인 현재까지 75년째 계속되고 있다. 당대로 오면서 도시의 출현과 근대화, 세계화 등의 격동이 있었지만, 변함없이 견지해야 하는 자세는 당대의 미학의 핵심이 무엇인지 탐구하기 위해서 그 안과 밖을 동시에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유섭의 논의는 동시대에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다. 다만, 그 주체와 방식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동시대의 ‘혼종성’, ‘저자의 죽음’, ‘타자성’ 등의 특징은 글로벌 환경에서 다시 로컬의 것으로 침투하여 전통에 대한 질문을 던지거나, 문화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하여 묻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미술의 기록에 배제된 ‘여성’이 ‘조각의 전통적 형태’를 탈피하여 환경에 따라 변화 가능한 조각을 전개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은 생활 밀착적이고, 거친, 바깥의, 당대의 ‘구수한 큰 맛’이다.


유지현 | 예술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미술을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는, 기인식된 사고를 전환하는 확장적 매개로 보고 이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탐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