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4(Wed) ~ 2015-10-21(Wed)
1-5 PM
인천아트플랫폼 G1 갤러리
전시기간 : 2015.10.14(목) - 10.21(수), 1 - 5 PM
전시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G1 갤러리
오 프 닝 : 2015.10.14.(목), 4 PM
참여작가 : 기슬기, 박은하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는 기슬기, 박은하 두 작가가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의 틈새 공간들에서 시작되었다. 비좁은 틈새 공간은 열려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불안감과 폐쇄성을 느끼게 한다. 두 작가는 ‘공간의 틈’을 소재로 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의 무의식에 접근한다.
무의식으로의 접근은 갇혀 있는 우리의 정신을 열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무의식’이 인간 정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잠재해 있으면서, 사고하고 행동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우리의 행동과 사고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각하는 것은 의식인데, 의식의 경험은 무의식으로 잠재되어 앞으로의 우리 행동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예로 유년기 시절 억압된 경험들은 현실에서 무의식적으로 불안을 일으키고, 끊임없는 갈등을 만든다. 이러한 무의식은 의식되지는 않지만 의식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지니며 인간이 살아가며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지배한다.
본 프로젝트에서 두 작가는 ‘틈’을 소재로 무의식을 시각적으로 언어화시키며, 공통의 작품, 개별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그리고 들어오는 이로 하여금, 공간의 틈 사이와 영상 설치 작품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무의식을 엿봄과 동시에 개인만의 다른 무의식을 도출시킨다.
시작 : ‘틈’
우선 ‘사이’로 들어가자. 사방으로 난 길 사이로 들어가자. 천으로 쳐진 벽이 머리, 어깨, 다리를 스치며, 길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나를 가두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기슬기와 박은하는 먼저 ‘틈’에 대한 심상을 시각화하여, 벽면에 큰 단서를 남긴다. 벌어진 천 사이에는 ‘틈’이 주는 날선 감정들에 대한 이미지와 책에서 발췌한 텍스트가 있다. 나의 감정에 변화가 있는가?
위기(적 상황)
“요람은 심연 위에서 흔들거린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건대, 우리는 단지 영원이라는 두 어둠 사이 잠시 갈라진 틈으로 새어나오는 빛과 같은 존재다.” (『우리는 언제가 죽는다』, David Shields)
박은하는 ‘틈’이라는 공간에서 죽음을 인지할 때 따라오는 불안의 감정을 느낀다. 작가는 잠시 살았던 방과 바다의 이미지를 편집하여 시청각적으로 표현한다. 안정적인 공간이지만 점점 밝아지는 세피아 톤의 화면 속에서 서서히 선명하게 비춰지는 바깥의 흔들리는 형상, 파도와 바람을 헤치며 운항하는 배에 연약한 6개의 다리로 매달려 버티는 잠자리, 밀려 치는 파도….
작가는 불안의 감정을 청각적으로도 접근한다. 옆을 지나가면서도 쉽사리 인지하지 않고 지나가던 건물과 건물 틈 속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장면#>(single channel video, 00:09:09, 2015) 중 사운드만 재편집한 작품이다. 실제 영상에서는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물방울을 맞으며 죽음을 맞이하는 파리가 등장한다. 이 소리는 죽어가는 파리의 움직임에 맞춰,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물과 관련된 소리 샘플들을 입힌 것이다.
위기(적 상황)에서, 어쩌면 이미 불안한 위기의 상황 속에서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불안 속에서 살아보고자 하는, 버티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간극의 부산물 a. b.
기슬기는 현재 진행 중인 작품 <모래를 씹는 순간>의 제작 과정 중에 <간극의 부산물 a. b.>(slide projector, stereo sound, 00:04:24, 2015), <간국의 부산물 b.>(stereo sound, 00:04:04, 2015)를 제작하게 되었다. 이는 진행 중인 여러 작업 과정 중 실험하며 만들어진 불충분한, 미완성 상태의 이미지들이다.
<모래를 씹는 순간>은 현재 작가가 느끼는 위태로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정신적으로 무엇인가를 저항하는 감각에 집중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말할 수 없는 사적인) 위태로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위태로움은 상황에서 신체적으로 직면하는 가시적인 것이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싼 환경으로 인해 정신과 마음에 겹겹이 쌓여 어느 한 순간에 맞이할 수 있는 비가시적인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다른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불안함과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나 공간에 대해 수집한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언어화한다.
작가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하고 위태롭게 생각되는 공간 또는 상황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그 공간의 분위기는 무슨 색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묻는다. “살이 칼에 베이는, 명확하게 앞이 보이지 않는, 갇혀있는 느낌 그리고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함, 빛 바란 보라색, 검붉은 피의 색깔 같은, 다크 브라운, 검정….”
작가는 “자신이 느끼는 편안한 공간에 대해 설명한다면?” 다시 질문한다. “혼자 있는 자동차 안, 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곳, 전망이 좋은 호텔 방처럼 좋은 데서 사랑할 수 있는 곳….”
신기하게도 그들은 자신의 의식적인 사고가 아니라, 단지 무의식적인 것을 밖으로 표현한다.
처음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전시장 내에서 사운드와 슬라이드 프로젝트로 시청각화 되어 선보이며, 마지막 답변은 목소리가 변조되어 외부 틈새 공간에 사운드로 설치된다.
무의식 속 마음의 열, 불안
기슬기, 박은하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틈새’, ‘불안’이다. 프로이트는 “태어난다는 행위는 불안을 최초로 경험하는 것이고, 따라서 출생은 불안의 근원이자 원형이다”라고 했다. 즉, 불안은 모두가 느끼는 것이고, 우리 속에 내재되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느낄 수밖에 없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흔하며 영원한 감정이다. 그 불안은 의식에 계속 담고 있기에는 고통스럽고 유익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의식의 영역 밖으로 밀어내어져 버린다. 수많은 그것들은 우리 무의식 속에 잠재하게 되고, 그 무의식은 밖으로는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인터뷰의 내용처럼, 그리고 두 작가가 틈새 공간을 보고 불안감과 폐쇄성을 느낀 것처럼 어떤 기회로 툭 하고 건드렸을 때 드러나게 된다. 물론 개인 경험의 축적이 쌓여있기 때문에, 서로 다르게 그리고 어쩌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두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틈새 공간’을 통해 의식으로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가 가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무의식을 드러냄으로서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