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2(Sat) ~ 2016-07-21(Thu)
11:00~18:00
B 전시장1 인천아트플랫폼 실내외 공간
작가노트
- 구본아
모든 완벽한 것은 언젠가는 망가진다. 내 자명종 시계, 63빌딩, 경복궁, 해안가의 철옹성같은 요새, 사랑받는 옆집 똥강아지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이 완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오직 순간뿐이다.
주름살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 꽃이 시들어 가는 것, 우리가 태어난 집이 철거되는 것 등등...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거기서 시간을 읽어낼 수 있는 시계와 같은 것들이다. 땅과 건물의 붕괴는 그 자체가 탁월한 시간 측정기인 셈이다. 즉 바다의 섬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초침과도 같은 현상이고,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이 붕괴되어 라인 강으로 쓸려내려 가는 것은 분침, 땅속의 용암이 식어가는 것은 시침과 같은 현상이다.
사람들이 태엽을 되감듯이 시간 역시 되감을 수는 없는 것일까? 왜 폐허는 스스로 일어날 수 없고, 늙은이는 아기로 성장해 갈 수 없는가...? 시간은 무엇이 그리 특별해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인가...? 근본적으로 보면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연에서는 과거와 미래가 동일하다.
나는 자연과 문명의 화해에서 오는 경외심을 시간의 이빨의 해답으로 찾았다. 경외심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그것이 나이와 함께 자란다는 점이다. 경외심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경외심은 시간에 대한 승리이다. 그것은 파멸의 반대이다. 그것이 바로 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구본아 작가는 2012년 인천아트플랫폼 3기 입주작가로 활동하였다.
서울예술고등학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미술학 박사 과정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