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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특정주제전 <INANIMATE ASSEMBLY>

2018-09-10(Mon) ~ 2018-09-30(Sun) 윤호진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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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2018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특정주제전


9기 입주작가 윤호진 개인전


2018. 09. 10 - 09. 30


인천아트플랫폼 윈도우 갤러리 (상시관람)


사진을 넘어선 또 다른 사진

 

 

박석태(미술비평)

 

이른바예술로서의 사진을 볼 때 사람들은 곤혹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러한사진들에는 우리가 사진을 떠올릴 때 가지는 대표적인 속성인 재현성이 배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된 특정한 사실이 그 사진에는 없기 때문인데, 이는 사진에 찍힌 이미지가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으로)사진이 스스로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혹은 사진 속의 이미지가 너무나 흔하고 일반적이어서 도무지 무엇을 떠올려야 할지 난감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여름 휴가 때 즐거웠던 기억을 사진에 담았다치자. 그럴 경우 우리는 어떤 특정한 시간과 특정한 장소를 기억하는 수단으로서의 사진 개념을 원하는 것이다. , 사진은그때 그곳을 증언하는 기록적 수단이다. 하지만 한번 상상해보자. 사진이 그렇게 무언가를 향했던 손가락을 자신에게 돌려 사진 스스로를 가리킨다면?

 

윤호진의 사진은 매체로서의 사진(재현성이 중심에 놓인)과 사진 그대로의 사진(사진의자기지시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에 등장하는 조각들은 우리가 미술관에 가면, 혹은 그것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에서 흔하게 접하는익명의 사진이다. 우리는 아무도 그 이미지가 어떤 사진가에 의해 찍혔는지를 문제 삼지 않는다.  또한 그것들은 (폐허와 같은)조각을 재현하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심지어 그 사진들은 누구나 필요에 의해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open source이기 때문에 예술 작품이 가질 법한 유일무이성originality에서조차 자유로워 보인다.

 

윤호진의 작업은 이렇듯 그야말로 가장 널리 인식되는 전형적인 사진 매체로부터 출발한다. 누군가가 찍은익명의 사진이 그의 사진작업의 재료가 되는 셈인데, 그가 복제하여 옮기는 과정에서 사진은 오리지널과는 전혀 다른 맥락을 띠게된다(그런 점에서 그의 앞선 전시타이틀이<Re:>, <Re:Re:>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말하자면 이렇다. 그가 가져다 쓴 사진은 그렇다면 그의 작품에서, 사진을 재현한 또 다른 사진인가, 혹은 사진이라는 형태를 띤 오브제인가, 그도 아니면 등가의 창작물인가?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다만 그의 사진은 조각 안에 존재하는 역사성이라는 의미가 탈각되어 표면의 이미지만 남은, 그저  익명의 조각이미지에 불과할 공산이 크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사진은 비로소 스스로를 가리키는지 시성의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 가장 일반적인 사진이라는 매체가 인쇄된 표면의 재질과 놓이는 공간과 같은 맥락이 바뀌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말이다.

 

하여 윤호진이 제시하는 이미지는 흔하디 흔한 사진의 재현성을 담보로 하늘거리는 천위에 인쇄되기도 하고, 반투명하고 푸른셀룰로이드의 표면을 덮기도 하며, 의뭉스럽게도 우아해 보이는 흰 커튼 사이에 위치해 그 앞에 차단봉이 놓이기도 한다. 사진의 물질성과 연출된 뮤지엄의 경직성이 만나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유동적 표면성도 그의 사진이 갖는 전략 중 하나로 읽힌다. 이 모든 시도는 사진의 물질성과 의도치 않은 맥락 사이에 놓이는 우연성을 탐색하려는 태도에서 기인한 바, 윤호진에게 사진은 사진을 넘어선 또 다른 사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