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31(Tue) ~ 2022-06-26(Sun)
9:00 ~ 22:00
인천아트플랫폼 E3 전시실
무료
032-760-1000
2022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창·제작 프로젝트 1.
신현정 Fay SHIIN
해수와 림프액, 투명함에 기대어
Seawater and Lymphatic Fluid, Leaning on Transparency
인천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입주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창·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시각예술부문 첫 번째 프로젝트로 입주 작가 신현정의 전시 《해수와 림프액, 투명함에 기대어》를 개최한다.
신현정은 회화의 구조를 표면(천)과 지지대로 나누어 확장성을 실험하는 회화/설치 작업을 전개해왔다. <해수와 림프액, 투명함에 기대어>(2022)는 그 실험의 연장선에서 세 면으로 이루어진 윈도우 형태의 E3 전시실을 지지대 삼아 천이 자리 잡아가는 장소-반응적 설치 작업이다. 안과 밖,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모호한 투명한 통로 같은 전시 공간은 날씨와 빛, 그림자의 개입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윈도우 내부에 설치된 투명한 염색 천은 전시실 안팎의 여러 요소를 오롯이 수용한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해수와 림프액’은 인천아트플랫폼의 주변 환경에서 포착할 수 있는 ‘바닷물’을 은유한다. 작가는 몸의 체액을 이루는 물질이 바닷물과 거의 같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포함한 생명체들 사이의 연결성을 ‘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유한다. 작가는 천에 물과 염료를 재로삼아 염색하는 행위가 자신이 작업을 전개하는 방식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고, 이번 작업에도 반영한다. 특히, 비침이 있는 천을 사용하여 물이 가진 가볍고 섬세한 물성을 극대화하고, 투명함으로 드러낸다. 또한, 텐셀이나 폴리, 인견 등 현재 많이 사용되는 실용적인 천으로 재료적 물성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기도 한다.
E3 전시실 내외부의 시간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주변 환경은 표면(천)과 지지대(전시 공간)의 관계를 계속해서 느슨하게 만든다. 작가가 염색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무늬와 흔적은 자연, 특히 파도를 연상시키는데, 세 면의 윈도우 공간을 가로질러 파도치듯 넘실거리는 표면(천)을 감상하며 느슨한 관계 속 끊임없이 변주되는 입체적인 색의 흐름을 느끼길 바란다.
#작업소개
설치의 바탕이 되는 유연한 천은 염료, 아크릴, 잉크 등 다양한 수성 재료로 색이 입혀진다. 2020년 나주, 제주도, 지리산에서 천연염색 리서치 여행을 진행하며 염색하는 행위가 작가의 작업 근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재확인했다. 이는 주변 환경과 계절에 감응하며 색을 표면에 물들이는 방식, 그리고 그 속에서 작동하는 몸의 감각과 움직임에 집중하는 과정이다. 또한 물의 작용을 통해 색이 천에 스며들고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도록 내맡김의 시간을 갖는 지점도 중요하다. 이번 작업은 천연 재료에만 한계를 두지 않고 텐셀, 폴리, 인견 등 좀 더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천을 시도하였다. 특히 비침이 있는 천들은 가벼운 물성으로 E3 전시실 안팎의 여러 요소를 수용한다. 섬세한 물질성을 바탕으로 투명한 밀도를 쌓아가려 했다.
이 작업의 또 다른 모티브이기도 한 ‘해수와 림프액’은 몸의 채액을 이루는 물질 요소가 바닷물과 거의 같다는 사실을 출발점 삼는다. 지난 2020년의 갤러리 수에서 열렸던 개인전 《우리 안의 공기》에서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공기’와 ‘빈 공간’이 주요한 모티브였다면 이번에는 자신을 포함한 생명체들 사이의 연결성을 ‘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유해본다. 천, 염료, 물의 작용으로 생겨난 무늬와 흔적들은 그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정묘하고 때론 원시적인 느낌마저 들게 하는데, 거시적 혹은 미시적으로 바라본 살아있는 것들, 자연을 연상시킨다. 천(표면)들은 세 면의 윈도우 공간을 가로질러 차오르는 파도처럼 보여지고, 관람자는 몸, 바다, 추상, 투명함 사이 느슨한 관계 속에서 변주되는 입체적인 색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본 다큐멘터리에서 플라스틱 폐어구가 해양오염의 큰 부분이라고 한 것이 떠올라, 인천의 차이나타운 근처 어망 가게에 들렀다. 어망이 생각보다 너무나 얇고 투명해서 이걸로 고기를 잡을 수 있나 물었더니 ‘잘 안보여야 잡히지!’ 라는 말이 돌아왔는데, 그것이 좀 섬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