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0(Thu) ~ 2017-08-24(Thu)
12:00-18:00
B 전시장1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2층 데크
참여작가 42명
곽성두 곽지현 권해진 김기래 김남희 김명희 김문수 김민순 김승혜 김신애 김원곤 김윤호
김효송 김혜경 류영수 민준홍 소헌영 손미화 손정국 신영효 우기곤 유동희 유운선 유진성
이경숙 이경화 이미옥 이상설 이수정 이순녀 이영숙 이종찬 이환준 이경화 전영희 정용필
천호선 최순한 최옥희 최정선 한은미 홍성희
총 감독 : 이상봉 / 디렉터 : 이영욱 / 큐레이터 : 김승혜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가 경험한 사실은 단기간에 섬을 답사해서 섬에 대한 전체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해서 섬에 거주하는 사람이 그 섬을 더 정확하게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장기간의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섬에 대한 절대적 객관성의 기록을 담보하기에는 사진이미지는 그 의미가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시적인 탐방사진이라도 정해진 틀의 정보들에 맞춘 섬에 대한 이해와 표상을 가급적 피하고자 했다. 그런 사진들은 인터넷공간에 떠도는 것으로 충분하다. 문제는 객관적 정보에만 의지하고 보여주는 잉여적 사진으로부터 벗어나 섬의 숨겨진 모습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에 달렸다. 우리는 가능하면 직접 경험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자료화해서 기존의‘섬’에 대한 객관적인 생각들이라는 오류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리고 전시라는 공간에서 편집과 배치 속에서 새롭게 인천의 섬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자 한다. 마침 인천시는 섬을 활용한 관광개발을 위해서 과장된 섬에 대한 가치를 홍보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인천시의 달력사진 같은 섬을 환상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현재 지금 여기에서 본 인천 섬의 모습을 직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결코 아름답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섬의 다양한 모습이 사라진다 해도 그 소중한 가치는 기록으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진의 힘이다.
이 프로젝트의 진행과정과 세부 내용은 2015년부터 추진되었기에 먼저 진행된 과정을 보고하고, 향후 사업세부계획을 알아보자.
인천 섬 마을이야기는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주최하고 사진전문 작가와 인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세 번째 인천 사진아카이브프로젝트(폐허속 오브제, 해안선, 섬마을이야기)다. 2015년 7월 25일부터 시작해서 약 2년간 매달 한 개 섬과 그 부속 섬을 답사하여 사진촬영과 워크숍을 진행한 것이 모두 33개 섬을 담았다. 앞으로 계획된 3차 섬프로젝트까지 진행한다면 인천의 주요 유. 무인도를 거의 다 다녀오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인천 섬의 자연생태와 지역민들의 삶과 문화에 대해서 보고, 듣고, 기록했다.
그동안 인천 시민촬영 단은 1차에 70명 2차 40명이 섬을 기록하고 경험한 축적된 사진을 만들었다. 이 중 1차 2차에 모두 참여한 분들과 새롭게 참여한 인원을 합하여 42명이 중간 보고형식의 전시가 이번 <섬마을 이야기>이다. 전시되는 사진 수는 총 706장 각기 다른 4가지 타입의 사이즈를 넓은 전시공간의 특성에 맞추어 다차원적으로 읽혀지도록 했다. 42명의 사진가 각자가 제시한 테마로 엮은 사진들과 별개로 대형사진과 영상물이 만들어내는 섬들의 장면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함께 공존하는 몽타주효과를 유발한다. 그래서 좀 낯설지만, 이것은 전시 공간 자체가 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카이브 기록물은 책으로 출판하고 보고전 형식의 전시가 되어야 한다. 이벤트성 전시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선급하게 책으로 엮는 것보다는 그동안의 작업결과물을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성찰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책으로 엮는 것은 3차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이때에는 구술녹취와 섬의 역사와 전설 등의 텍스트와 사진을 함께 편집한 책이 될 것이다. 우선 아카이브기록물은 특정한 관점과 이해방식으로 대상을 규정하지 않고 기록적 가치의 중립성과 향후 연구 자료로서 활용될 잠재적 가능성을 고찰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개인적인 체험에서 비롯된 다소 주관적인 시각에서 본 섬일지라도 이것들이 전시라는 공간에 배치되어 어떻게 그 의미맥락이 달라지고 읽혀지는지를 고민하는 전시다. 그것은 사진을 객관적 재현으로 섬의 의미를 규정하고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섬을 보고 듣고 찾아가 접촉한 것들을 제시하는 관점이다. 그것은 우리가 낯선 곳으로 간 여행과 같다.
섬은 생각보다 넓다. 아무리 작은 섬도 그 모습을 다 드러내는 경우가 없다. 섬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육지와 떨어져 변방의 외로운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우리의 감성적 편견이다. 섬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가 건설되면 그 섬은 더 이상 섬이 아니게 된다. 쾌속선은 섬을 빠르게 방문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섬사람들은 섬을 떠난다. 인천 앞바다의 섬들은 그렇게 더 가까워지면서 자기 특수성을 잃고 육지화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과 시대적 상황에서 섬의 문화는 결코 특수하지도, 독립적이지도 않다. 섬의 노령화사회는 심각할 지경이다. 학교는 폐교하였고, 어업을 생계로 하는 사람들도 적어졌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이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사진은 포착할 수 있을까? 이것이 말없는 사진 이미지 모호성이자 잠재적 가능성이다. 그것은 메시지전달의 취약성을 극복해야 할 문제이면서 동시에 이미지 확장의 힘이기도 하다.
섬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더 강화시켜 고착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섬의 다른 면을 관찰할 것인가. 이것이 재현의 관점이 아니라 제시의 관점인 아카이브프로젝트의 방법론이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자신의 의식 속에서 본 것들만 보여주고 본다는 한계가 있다. 사진가들의 시각은 자신도 모르게 살아온 관점을 일정한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이 섬에 대한 편견들이다. 하지만 섬에 대한 과학적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사진이 그 섬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그것은 더 큰 편견이자 관습적인 시선이다. 이 전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섬에 대한 수많은 편견들 앞에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가이다. 우리의 경험은 섬을 더 잘 관찰하는 해안을 얻는 것이다.
■ 이영욱(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