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림은 건축이 전제하는 통제와 위계, 폭력에 대한 양가감정을 기반으로, 건축 재료를 주재료로 작업한다. 재료를 규격과 기능에 따른 용도에서 이탈시키거나,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결함을 제거하는 대신 작업의 형식과 태도로 삼음으로써 건축이 구축해 온 색인 방식과 그것이 약속하는 완결성을 좌절시킨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가는 문학, 의학, 대중매체,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층위에서 여성의 신체를 병리화·악마화·신비화해 온 언어의 반복과 압력, 과잉과 은폐의 코드 체계, 그 작동 방식을 재활용하여 균열·침식·수축·팽창과 같은 물성 반응으로 전환한다. 형태 없이 신체를 호출하고 통제해 온 폭력과 혐오의 언어를 완전히 소거할 수 없다면, 이를 물질로 과잉 생산하여 가시화하고 스스로 부패·부식·열화하게 하는 방법을 택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신체에 축적된 언어를 수집·분류·번역하고, 서로 다른 밀도와 점성의 건축용 수성 액체 재료에 염화물 침적량, 수분, 온·습도 등 외부 환경의 조건을 가하여 그 반응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한다. 백화나 변색 등 작가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물질 반응의 과정, 시간과 환경에 따른 그 변화의 궤적을 관찰·기록하고, 이를 조각적 형식의 표본으로 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