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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선 인터뷰] 박민선(5기-공연B텀) 프린지 인터뷰

  • 작성자관리자(admin)
  • 등록일20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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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가 만난 예술가] (3) 현실 위에 단단히 서다, 종합예술인 박민선 

 

기울어지고 울퉁불퉁한 현실 위에 단단하게 발 딛고 서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수줍으면서도 단단하고,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예술가

종합예술인 박민선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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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1일, 참석 : 박민선, 모로, 미소, 기록 : 모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3에서 <잉어적 존재>라는 작품으로 만났어요.

참가 신청하실 때, ‘종합예술인 박민선’이라는 소개가 재미있었는데요, ‘종합예술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원래 미술을 전공했고 지금은 공연을 하고 있는데, 예술의 경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예술은 예술인데 장르로 구분되어 있고, 서로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잖아요. 그런 경계를 허물고 싶어서 쓰고 있습니다.

 

생활예술인과 종합예술인이 만나면 어떤 작업이 나올까요?

생활적이고도 종합적인 예술이 나올 것 같아요. 이 그림 속에 있는 난쟁이 마리바르볼라와 6살짜리 마르게리따 공주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마리바르볼라의 표정을 보면 뭔가 있는 것 같거든요. 그 이야기를 현재 우리 삶, 실생활의 이야기와 연결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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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연을 올해 프린지에서 볼 수 있게 될까요?

네.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종합예술인과 생활예술인의 협력이라는 말이 재미있네요. 지금 작업진행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리서치과정에 있습니다. 만나면서 이야기 나누고 아이디어 회의하고, 연습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아이디어가 많고 재미있어요.

조각하는 친구이고 미술 작업과 전시를 주로 하는데, 생활예술인이라서 생활과 밀접한 예술을 하는 것 같아요. 홍대의 느낌과도 맞는 것 같아요.

이번에 시도하려는 것은, 무언가를 위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치 흙이 축적되듯이 천천히 만들고 싶어서 천천히 시도하고 있어요.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이번에 작업을 함께하는 김이령 작가와는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졸업 후 13년 만에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와서 ‘피나 안 인 서울’에서 퍼포머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기회로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대개 부탁을 하는 편이죠. 제가 좋아하는 영국 극단 컴플리시떼라는 팀이 있는데요, 소속 배우들이 다 프리랜서에요. 작업할 때에 초대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런 방식이 재미있다고 생각돼서 시도하고 있어요. 연출과 배우가 상하 관계에 있는 것보다는 친구들이 모여서 작업하는 의미의 방식으로 작업하고 싶어서요. 저는 겸손한, 그리고 책임을 지는 예술가로 함께 참여해요. 협업하는 방식도 중요한 것 같아요.

 

연출과 배우를 모두 하시는데, 각 역할에 따라 시각적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연출할 때는 배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밖에서 보이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소규모 작업을 할 때는 제가 배우를 하기도 하는데, 녹화해서 밖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합니다. 둘 다 재미있어요, 두 개를 다 같이 하고 싶죠. <잉어적존재>는 직접 제가 설치물이 된 케이스였어요.

 

<잉어적 존재>에서의 가발이나 의상, TV와 화분 등도 설치물의 표현 장치였나요?

제가 직접 물고기가 되고 싶었는데, 사실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대한민국이었거든요. 이전에 칠레 친구와 같이 작업한 적이 있어요. 드레스를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을 입어야 한다고 해서, 영국 국기를 의미하는 것인지 물어보니 맞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영감을 얻어 <잉어적존재>를 할 때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 검은색 옷을 입고, 잉여적 상태의 한국의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미학적 연구가 더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삼선 슬리퍼를 신었던 것도 백수의 상징이기 때문이었고요. 이런 세세한 디테일은 제 머릿속에만 있는 디테일이에요. 잉어 의상을 입으면 제 스스로 부끄러워졌어요. 잉어가 부끄러워 보이고 내면으로 침잠해있는 느낌이 들잖아요. 잉어 의상을 입으면 저도 그런 상태가 되어, 마치 나와 잉어의 머리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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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적 존재>, 박민선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3 - 서교예술실험센터

 

설치되어 있던 TV 영상에서는 어떤 사람이 개천을 돌아다니는데, 사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개천이고 TV라는 박스 안에 갇혀있는 사람이에요. 이건 수족관과 오버랩 돼요. 우리는 수족관에 살고 있는 존재들 같아서 그렇게 표현을 해보았어요. 사실 제가 TV와 화분에 대해 애착이 있기도 했고요. 어머님이 화분을 많이 키우셔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에서 자란 나무가 아닌 화분에서 자라는 자연, 화분에 관심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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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적 존재>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일단, 잉어 옷을 입고 싶었어요.(웃음) 그리고 잉어와 잉여가 비슷한 느낌이잖아요. 잉여적 존재에서 잉어적 존재를 만들었어요.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읽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책의 결론이 나지 않은 것처럼 제 작품도 결론이 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 덜 만들어진 채 재현만 된 것 같아서 이후에 이어서 작업을 더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물고기에 관심이 많거든요. 산갈치나 거대메기 같은 커다란 물고기에 관심이 많아요.

 

왜 물고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잉어적 존재>를 준비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리서치 차원으로 수족관을 다녀왔는데, 커다란 수족관에 커다란 물고기들이 다니는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5년은 산에서 살고 5년은 물에서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는 산갈치라는 거대 물고기가 있어요. 메콩강에 가면 산갈치나 거대메기가 산다고 해요. 그래서 메콩강에 갔는데 실제로 볼 수는 없었고 결국 수족관에서 보긴 했지만, 배를 타고 메콩강 위를 이틀 동안 다니면서 물 위로 산갈치가 뛰어노는 장면을 상상했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산갈치가 용의 후손이 아닐까 생각해요. 생김새도 용과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신화와 실생활은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커다란 물고기에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에너지나 존재감 같은 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

 

물고기 외에 관심을 두고 계신 것을 소개해주세요.

뉴트리아에 대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뉴트리아는 낙동강에 사는 설치류처럼 생긴 괴물쥐가 있어요. 꼬리까지 합쳐서 길이가 1미터정도 되는. 괴물쥐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온순한 초식동물이에요. 이 동물에 관련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동물도 그렇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아이러니한 일들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요. 재미있어요. 예전에는 좀 더 공상에 관심이 있었다면, 요즘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인데, 약간 공부와 리서치를 해서 다큐멘테이션적인 작업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요. 리서치하는 과정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친구와 라스메니나스에 대한 작업을 하면서 스페인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어떻게 상상으로 다르게 표현하는가 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생활예술인 김이령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와 같이 만들고 있어요.

 

이전에 했던 다른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2010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입센의 <인형의 집>을 퍼포먼스로 만들어서 공연했어요. 원작을 해체, 각색해서 작업했었죠. 아주 예쁜 레이스로 된 타이트하고 옥죄이는 집 모양 옷을 입고, 행복해 보이지만 답답한 집을 표현했었어요. 끝날 때에는 옷을 다 벗어버리고 뛰쳐나가는 것으로 표현했었어요. 그때는 그렇게 뛰어 나가는 방식으로 정리했는데, 지금은 고민할 것 같아요. 좀 더 현실적이 되었기 때문에요. 우리가 믿으라고 강요된 것들을 믿을 수도 있지만, 의심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차원의 고민일 것 같아요.

 

<태국 라텍스 관광>이라는 작업은, 한국 제1세대 VJ인 VJ YOUNGSHIN과 함께 작업했어요. 태국에 어르신들과 같이 관광을 갔었는데, 다 같이 버스 타고 다니다가 내려서 뷔페 먹고 다시 버스 타고 마지막에는 모두 라텍스 관광을 가요. 그게 너무 재밌어서 그걸로 작업을 했어요.

 


 

얼마 전에 외국에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라오스에 혼자 3주 다녀왔어요. 3일 동안 루앙프라방에서 심한 감기로 아팠다가 루앙프라방을 탈출해서 이틀 동안 메콩강을 따라가는 슬로우보트를 타고 다녔어요.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잖아요. 최고의 공산품이 맥주인 비어라오일 정도로 아직 자본주의 초기 단계라서 느낌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아무것도 없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여행 다녔던 곳 중 어디가 제일 좋으셨어요?

어, 이건 태국 라텍스 관광에 나오는 대사인데. "어디가 제일 좋았어?" "인도요." "왜? 인도엔 똥만 가득하잖아." "인도에 가면 사람들이 사랑을 줘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의 사랑이요. 제가 조그마한 한국 여자애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사랑을 줘요." "인도엔 똥만 가득한 줄 알았는데!"

 

여행에서 보거나 들은 것이 작업에 주는 영향이 있나요?

라오스에 가서 재밌었던 건, 시장이나 길을 지나가다가도 ‘예술가가 작업을 하고 갔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가게들이 있었어요. 샴푸, 바구니 같은 것들이 완벽하게 가지런히 줄 맞춰 놓여 있었는데, 무지개색으로 아주 예뻤어요. 그냥 슈퍼인데 그 자체로 설치미술과 같은. 동남아에 가면 유럽과는 달리 키치적인, 그 자체로 예쁜 것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이 제 취향이 되고 있고요. 시판돈에 있는 폭포에 갔을 때도, 거기에서 나는 소리와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한편의 오페라 같았어요. 물이 흘러내려오는 장경과 폭포 아래에 사람들이 버린 페트병 다섯 개가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그 자체가 시각, 청각을 아우르는 한편의 오페라 같았어요. 이게 진짜 종합예술이구나 싶었죠.

 

인간 박민선, 예술가 박민선으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최근 들어서 정말 힘들어지고 있는데, 이겨내며 살려고 해요. 사실 현실적인 문제로 힘들어서 고민 많이 하고 있어요. 독립도 고민되고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도 있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너무 고민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번 작업에는 그런 고민이 많이 녹아있고요. 아르바이트해도 1시간에 5천 원인데 밥값은 5천 원이 넘잖아요.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8월에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9월부터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할 계획이에요. 지금은 신림동에 있는 집 위 옥탑방에서 작업하는데 작업실이 생겨서 좋고, 또 인천 지역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올해는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 올리고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하는 것으로, 좀 차분하게 작업하려고 해요.  

 

 

 

* 출처:

 '서울프린지네트워크 공식블로그 ( http://blog.naver.com/fringenet?Redirect=Log&logNo=402104399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