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1(Fri) ~ 2023-12-10(Sun)
화 - 일 11: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Tue - Sun 11:00 – 18:00 (Closed on Mondays)
G3 프로젝트 스페이스2
2023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창제작 프로젝트
황규민 HWANG Kyumin
송지인화보-살꽂이
Hwang's Manual of Song's Work - Throwing Arrows
2023. 12. 1. – 12. 10., 화-일 11:00~18:00(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프로젝트 스페이스 2(G3)
인천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일환으로 입주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창·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시각예술부문 열 번째 프로젝트로 입주예술가 황규민의 프로젝트 《송지인화보-살꽂이》를 개최한다.
황규민은 동양화를 비유한 시스템을 만들어, 그 안에 동시대 서화를 입력한다. 작가는 가상의 인물인 황 씨를 만들어 그가 원작을 배울 수 있는 ‘화보’를 제작한다. 점, 획등 단위로 이용해 화보의 낱장을 통해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시스템의 틀이다. 작업의 주요목적은 동시대 작품을 서화의 범본으로 위치시키고, 과거를 디깅(digging)하는서화가들의 방향을 현재와 미래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황 씨’는 긴 세월 그림 감상을 즐긴 미술 애호가로, 작가황규민의 그림을 보고 감동해 <황씨화보>를 제작하기시작했다. <황씨화보>는 중국 청나라의 『개자원화보(芥子園畵傳)』를 비롯한 여러 화보를 참고하여 만들어진다. 근현대 한국의 서화 교육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화보’는 서화의 여러 모티프를 담는 한편, 대가의 계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그림을 직접 구할 수 없는 중산층에게 교재로 쓰이기도 했다. <황씨화보>는 전근대 서화에 비교하여 다양한 그림의 소재를 기준으로 목차가 나뉘있다.황규민을 통해 동시대 서화를 만난 황 씨는 최근, 조금 흥분한 모습으로 새로운 그림을 찾아다니고있다. 박소현과의 만남[《물, 길》, 한원미술관, 서울, 2023]에서 창작의 욕심이 싹튼 이후 김승규를 만나 한 차례 전시 [《신앙없는 기도》, 갤러리 요시나가, 도쿄, 일본, 2023]를 진행했고, 송지인을만난 현재, 화보 수록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송지인화보-살꽂이》는 황 씨가 네 번째로 만난 동시대 서화가 송지인의 그림을 보고 제작한 <황씨화보>를 선보이는 전시이다. 송지인은 수묵 재료를 기반으로 회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설치와오브제 등 매체 실험을 함께 이어오고 있다. 최근 일상에서 인지적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사건이나 상황, 특정 인간 또는 동식물을 관찰하며 쉽게 인지되지 못하여 관심 대상에 벗어난 소외된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목격하고, 이를 수집하여 시각언어로써 제시하는 중이다.
어느 날 좋은 술을 구하러 나간 황 씨는 송지인의 식물 설치 작업과 이를 기반으로 만든 관객 참여프로그램인 <목자의 꽃꽂이>(2023)를 보았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송지인이 그림을 종이에서 끄집어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생각해 이를 화보에 수록하기로했다. 이후 여러 종의 비둘기를 섞어 만든 <하이브리드비둘기>(2023)와 그들이 사는 <도바리움(Dovarium)>(2023)을 보고 이 역시 다양한 인간상을 사회에 녹여내며, 나누어 주는 그림이라 생각한다.
《송지인화보-살꽂이》는 '끄집어낸 그림'과 '섞은 그림'을 함께보여준다. 가령, 전시장에 펼쳐진 투호 놀이터는 황 씨가 <목자의 꽃꽂이>를 해석해 만든 화보다. 송지인이 관람객들에게 한국식 꽃꽂이를 나누어 주었듯 황 씨는 투호놀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공간에 그림을 그려볼기회를 제공한다. <화보그림-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비둘기>(2023)는 이미 섞인 송지인의 <하이브리드 비둘기>를 <황씨화보>의재배치 시스템에 입력해 더 복잡한 하이브리드 개체를 만들어 보여준다. 함께 화살을 꽂고 섞인 비둘기를바라보면서 잊힌 그림과 잊혀지는 존재를 떠올릴 수 있다면 참(眞) 기쁠것이다.
*본 전시는 황규민 작가의 IAP 창·제작 프로젝트로, 황규민 & 송지인 작가의 2인전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획: 황규민 / 협력기획: 윤지희
참여작가: 황규민, 송지인
송지인화보, 사람됨의 내부를 담기.
글 | 윤지희(독립기획자)
황규민의 작업에는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그 인물들은 황규민이 구축한 소설작법의 시스템 속에서 가상의 인물 ‘황씨’를 마주하며 작품 속에 얼굴을 비춘다. 작가는 2020년 진행한 개인전1)을 시작으로 동양화 화단 내 서화에 대한고민을 지속해서 담아왔다. 그는 서화에서 동시대 한국의 동양화로 이어가는 흐름을 인지하고, 이를 ‘전이모사(轉移模寫)’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비유해 ‘황씨’를 통해 내세운다. 황씨는 동시대 서화 작가의 작품을 범본 삼아 ‘화보’를 제작하고, 그림화(化)하여 낱장 단위의 새로운 그림을 생성한다. 위 화보의 형태는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를 비롯한 여러 화보를 참고하여, 목차의 구분과 준법, 구성법과 같은 세부 내용을 구성한다. ‘단위’를 구분하여 구성하는 화보의 구조가 마치 대상(작품)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황씨의 태도와 동일하게 느껴진다. 나아가 화보작업은 ‘모본’-‘모사’-‘모사본’의 큰 구조에서 요즘의 서화를 탐탁치 않아 하는 황씨의 시선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인칭의 변화를 주어 황규민이 아닌 다른 인격체의 황씨가 끝없이 반복되는 동양화단의 과거 참조의 역사 속에서현재와 미래시제의 장면들을 습득하고 배우는 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송지인화보-살꽂이》는전시명에서 쉽게 알 수 있듯 황씨는 송지인의 화보를 제작하고 그를 답습한다. 송지인은 수묵재료를 기반한회화작업을 하며,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일상 속 사각지대에 존재한 사건, 상황, 인간, 동식물에대한 관찰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사회적 현상과 유리된 진실을 종횡으로 포착하고 이를 시각언어로 담아낸다. 황씨는 가장 먼저 송지인의 참여형 작품 〈목자의 꽃꽂이〉를 만나며 화보의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목자의 꽃꽂이〉는 한국형 화훼장식에 나타난 전통 미의식인 삼재미 기법을 분석하고 이를 관객과 함께 꽃꽂이를수행하며 재해석한 워크숍이다. 서양식 꽃꽂이, 일본의 이케바나형태가 익숙한 관객들에게 작가(송지인)는 삼재미의 큰 줄기(하늘, 인간, 땅)를 화훼 장식에 연관시켜 동아시아 문화권에 대한 조형적 특징을 존재자2)와함께 탐구하기를 바랐다.
전시장 입구 좌측에 놓인 오브제부터 중앙에 설치된 투호놀이의구조는 역동적인 꽃꽂이를 연상시키고 있다. 황규민은 삼재미를 기반으로 수행하는 인간에 관심을 두며 이를정신과 함께 해방하고 꽃을 꽂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꼈다. 나아가 그는 사람들이 꽃꽂이하는 모습이마치 그림의 숨을 나누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하며, 송지인의 작업 또한 문인화의 우연적 표현에 의지하는측면으로 빗대어 설명하곤 하였다. 살을 던지는 행위는 난을 치는 포물선을 연상케 하고 우연의 시간에살이 항아리에 꽂히듯, 두텁고 날렵한 먹선이 종이 위에 놓인다. 삼재미의세 구조는 투호놀이에서 ‘복(楅)-중(中)-호(壺)’의 개념을 통해 은유 된다. 본래 투호는 활쏘기를 대신하여 시행한연례(燕禮)로 집 앞 마당에 남북 방향으로 손 씻는 그릇과마주하도록 둔다.3)복(楅)은 마당에 설치되어 화살을 담는지지대, 중(中)은점수를 계산하는 산가지를 담는 기물로 동물의 형상과 닮은 모습들을 조각하여 만든다. 전시장 입구 좌측에는외뿔소, 호랑이, 사슴의 형태를 보이는 중(中)의 오브제가 놓여있으며, 관객은복(楅)에 걸쳐있는 살 중 하나를 선택해 마음이 가는 항아리에 살을 던진다. 살을 꽂는 행위가 붓을 쓰고 점을 찍고 선을 긋는 것과 같이, ‘마음에드는’ 전통화 필선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가는 은유다.
나아가 송지인화보는 〈하이브리드 비둘기〉(2021), 〈도바리움 Dovarium〉(2021)을 수록하여 인간의 사회와 더불어 동식물의 여러 생태계를 관찰하고 있다. 송지인은 비슷한 몸집의 개체들이 서로 본능적으로 군집을 이루고 서열을 구성하는 (공동체적) 현상들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개체를 임의의 조합으로 탄생시킨다. 황씨는 송지인의 작품에서색상, 연필선, 붓질 등을‘단위’ 레이어로 분류해 다색판화로 옮긴다. 그는송지인이 언급하는 도바리움이 마치 산수와 같다 생각하는데, 대상들 간의 이질적 차이를 이해하고 인간군상에 대입하여 새로운 생태 양식에 그들을 위치시키는 행위가 마치 큰 유리병 속 테라리움을 만드는 것처럼 읽힌다.또한 전시에서는 이전 황씨화보의 배치와 달리 화보들이 송지인의 작품과 함께 하나의 큰 하이브리드 유기체를 형성한다.
“사람됨이 단단하면서도 즉흥적인 면모가 보여 그림과 같았다.” 화보의 서문에는 송지인의 사람됨을 묘사한 구절이 있다. 황씨가모본을 모사하는 행위는 작품 속 인물의 내재적 특질과 뜻을 끊임없이 노출시켜 모사본 속 등장하는 범본의 제작자와 함께 그림 속에서 공명할 수 있게한다. 모사 전통에 비유하자면 이는 복제와 학습으로 ‘모사문화’를 만든 과거 참조의 형태를 단순한 그림 분석으로 바라볼 수 없게 한다. 작품에 담긴 선인의 철학, 마음,사람됨을 종합적으로 분류하고 이어 황씨는 작업 속에 인물을 투영하여 담아내고 있다.
1) 2020, 《Penetrating Stone》 , KSD갤러리, 서울
2) 존재자는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의 목자(The Shepherd of Existence)’에서 차용한 단어로, 송지인은이를 한국형 화훼장식의 핵심인 ‘삼재미’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밝힌다.
3) 『禮記集說大全: 投壺』, 역 정병섭, (서울:학고방), 2016,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