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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일 개인전 <數를 읽다>

2016-01-08(Fri) ~ 2016-01-28(Thu) 위영일 개인전 <數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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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초대 일시 : 1월 8일 (금), 오후 6시

 

 


회화의 Gamification

-위영일의 Anonymous Color-

 

 

최근 위영일 작가의 <익명의 컬러>전을 보면서 개인전이 아닌 여러 작가들의 그룹전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원, 삼각형, 비정형의 프레임에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친숙한 화법들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가 하면, 전시된 작품들의 색채와 표현양식, 주제도 일관되지 않아 전시를 보는 내내 마치 수수께끼를 풀고 있는 듯 했다.
전시장 초입에 자리한 주사위 판과 마치 암호처럼 나열되어 있는 수열들 그리고 작업 시작에 앞서 행해지는 한 판의 게임과 같은 행위가 담긴 동영상을 마주하게 되면서 비로소 작가 위영일이 설정한 게임화 된 회화세계 안에 서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작업에 앞서 설정된 룰에 따라 작품을 그려나가며 작가 자신의 색을 철저히 지워나가는 위영일의 작업은 회화작업이 작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규칙에 따라 풀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게임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알레아토릭 페인팅 시리즈


Aleatorik Painting : 고정관념 흔들기
위영일의 작업은 기존의 체계를 흔드는 회화의 시스템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회화작업은 자신이 설정한 작업의 틀로 만들어진 총 36개의 경우의 수의 조합에 따라 진행된다. 작업 스타일은 전적으로 사전에 정해진 조건과 규칙에 따르며 작가 개인의 작업 성향이 반영되는 것은 철저하게 차단된다. 주사위를 던져 얻어낸 수열을 분석하며 작업과정을 구상하고 표현법과 전달할 메시지를 결정하는 ‘경우의 수 풀이’ 과정을 거쳐 그가 작업 시 참고했다는 작가들의 사고와 표현양식에 따라 분석적으로 화면을 구성해간다. 알레아토릭 페인팅 프로젝트(Aleatorik painting project)로 명명한 위영일의 작업은 이렇게 우연의 결과로 얻어진 데이터에 정해진 틀에 따른 작가의 사색을 더해 완성된다.

 

“미니멀리즘 조각에 연극성이 있다면 나의 회화에는 연기성이 있다”고 언급했듯이 작가 위영일은 다양한 역을 소화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처럼 자신이 영향을 받은 화가들의 표현양식을 꼼꼼하게 분석해서 옮기는 수고를 감내한다. 그의 알레아토릭 페인팅 매뉴얼에 등장하는 사실주의, 인상주의, 표현주의, 추상, 뉴페인팅, 팝아트는 대부분 미술사에서 익히 들어 친숙한 미술사조들이다. 그러나 정작 그 양식을 표현해냄에 있어서 필요한 재료와 테크닉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있는 구사하는 데는 각 경향의 작품들을 매우 분석적인 시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의 매뉴얼에는 미술의 역사에서 이어져 온 새로운, 혹은 변하지 않는 팩트들이 담겨있다. 즉 그 표현양식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린다는 것은 결국 캔버스 표면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물감을 쌓아올리는 행위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위영일은 회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어 놓기 위해 새롭게 짜인 시스템 안에서 주어진 설정에 따라 그리는 작업방식을 제시하였다. 제한된 창작 환경에서 자신의 색깔을 지우고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은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의 또 다른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과정에는 본능에 따라 표현하고픈 욕망과 그 욕망을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이 동시에 묻어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완성한 작품들을 <들러리들>이라 명명하고 알레아토릭 페인팅 프로젝트를 돋보이게 하는 보조적 수단으로써 전시에 등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작가의 주관이 표현된 작품들을 시스템화 된 규칙에 따라 완성된 작품들의 보조수단으로 설정한 것 역시 회화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가의 장치로 제시되고 있다.  

 

회화, 행위의 개입인가? 관점의 제시인가?
위영일의 근작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질문들은 예술에 대한 매우 원초적인 것들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누구인가?’, ‘작품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누가 만든 작품인가?’, ‘작품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등의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들 속에서 우리는 쉽사리 입을 떼기 어려워진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작품의 소유권과 저작권이 작가가 직접 작품을 그리는 행위로 성립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작업의 조력자들을 고스트페인터라는 이름으로 전시회에 공개하였다. 그리고 작업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에 관람객들의 행위를 개입시켜 작가로 임명(?)하고 계약 절차에 따라 작품의 저작권과 소유권을 이양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며 작가의 저작권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흔들어놓고 있다. 거대한 스퀴즈를 6명의 참가자가 동시에 들었다 내리면서 형성된 스트로크로 인해 작가 소유였던 작품이 퍼포먼스 참여자들에게 이양된다는 설정은 작가의 그리는 행위와 저작권의 관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소유권 이양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작품을 소유하게 되었음에도 자신의 작품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퍼포먼스 참여자들의 반응을 통해 작가는 예술작품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나의 작업은 우리가 미술사에서 회화에 대해 규정해 왔고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한 총체적 회의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위영일의 작업세계는 기존의 체계와 다른 설정 속에서 펼쳐지는 예술에 대한 또 다른 시각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가 별다른 의심 없이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미술사의 오랜 흐름 역시 하나의 설정에 의해 형성된 시스템 안에서 진행된 작품들로 이어지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미술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분석과 시대에 따른 양식의 설정과 분류 그리고 그에 대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위영일의 회화는 주사위를 던져 얻어낸 우연의 수열과 그에 대응하는 조건들 속에서 진행되는 하나의 게임이다. 주어진 데이터에 따라 주어진 설정 속에서 완성되는 그의 작업방식은 미술사의 대표적인 표현양식들을 이용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회화 어플리케이션 같기도 하다. 자의적인 해석과 표현이 가미될 수밖에 없어 더욱 흥미롭게 게임화 된 회화의 장에서 어느덧 우리는 익명의 작가가 되어 있다. 그리고 작가의 진정한 역할은 작업의 행위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회화는 게임이다.
게임은 설정이다.
설정은 관점이다.
관점은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의 눈이다...그것이 회화이다.

 

익명의 컬러로 제시된 위영일의 작품들이 말없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_ 정수경(미술사학 박사,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초빙교수)

 

 

 

 

 

2-1-5-4-1-4_114x114cm_캔버스에 혼합재료_2015

 

 

2-5-5-2-5-1_122x244cm_패널위에 혼합재료_2015
 

 

6-5-3-1-5-6_118x118cm_캔버스에 오일_2015